손해배상 · 의료
뇌동맥류 파열로 치료를 받은 환자와 그 가족이 수술 전 대기 시간 지연과 부적절한 처치로 인해 환자에게 후유장애가 발생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뇌동맥류 파열로 피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수술 전 대기 시간이 약 12시간가량 길어졌고 그 후 후유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A 본인과 가족 B는 피고 병원의 진단 및 처치상의 과실과 수술 지연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총 3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특히 수술 지연이 없었더라면 스텐트삽입술과 같은 다른 시술이 가능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후유장애가 발생하지 않거나 예후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단 및 처치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와 수술 전 12시간가량의 대기 시간 지연이 환자 A의 후유장애 발생이나 예후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피고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 A가 적절한 치료 기회를 상실했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제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결론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단 및 처치상 과실, 수술 지연, 전원조치 위반 등이 환자 A의 후유장애 발생이나 예후 악화, 혹은 적절한 치료 기회 상실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 A의 후유장애는 의료진의 과실보다는 좌측 추골동맥을 막는 색전술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합병증으로 보았으며, 뇌동맥류 파열 치료의 특성상 수술 지연이 다른 시술 기회 상실이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타인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발생시킨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의료 소송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환자에게 손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이 원칙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입증되지 않아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 과실의 입증 책임: 환자 측은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은 의료 행위의 전문성 때문에 일반인이 과실 여부를 쉽게 알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 간접 사실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핵심적인 증명 책임은 여전히 원고에게 있습니다. 의료인의 주의 의무: 의료인은 의료 행위를 함에 있어 당시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하여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무는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좋지 않은 결과를 막을 의무까지는 아니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합병증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20조 (제1심판결의 인용):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그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도 항소심 법원은 제1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제1심판결의 이유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하고, 항소심에서 추가된 주장에 대해서만 보충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의료 소송에서 의료 행위의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입니다. 환자 측은 의료진의 구체적인 과실과 그 과실이 환자의 상태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뇌동맥류 파열과 같은 위중한 질병의 경우, 환자의 예후는 파열된 동맥류의 위치, 출혈량, 내원 당시의 의식 상태, 뇌 손상 범위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으므로, 특정 의료 행위의 지연이나 다른 치료 방법 미선택이 단독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치료 방법 선택은 환자의 당시 상태, 질병의 특성 등을 고려한 재량의 영역으로 판단될 수 있으며, 환자에게 발생한 모든 좋지 않은 결과가 곧 의료진의 과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의무기록 감정 등 전문가의 의견이 법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과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