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던 환자가 경련 증상 후 저혈당으로 인한 뇌손상을 입고 전신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하자, 환자의 부모가 병원 운영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을 인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되, 환자의 기왕증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 범위를 30%로 제한하여 원고들에게 총 49,736,842원(각 24,868,421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뇌교 뇌출혈 진단을 받고 F병원과 국립재활원을 거쳐 2014년 11월 25일 피고가 운영하는 E병원으로 전원된 망인 D은, 전원 당시 기면 상태였고 스스로 식사나 보행이 불가능했으며 인지기능 저하와 반신마비 증상을 보였습니다. 2014년 12월 5일 21시 50분경 망인은 수면 중 경련 증상을 보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디아제팜 투여 및 산소공급 등의 조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다음 날 오전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09시 30분경 상급병원인 G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G병원에서 망인은 09시 48분경 혈당 3mg/dL의 심한 저혈당 상태임이 확인되었고, 포도당 수액 투여 후 혈당은 정상화되었으나 '저혈당으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상해로 망인의 전신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무의식, 전신마비 상태가 되었고, 결국 2017년 11월 10일 중국에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련 발생 후 저혈당 검사를 소홀히 하고 상급 병원 전원을 지연하여 망인에게 저혈당성 뇌손상을 입힌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 여부, 의료과실과 환자의 뇌손상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그리고 외국인 환자와 그 유족에 대한 준거법 적용 및 상속 관계 등이었습니다. 특히 환자 사망 전 가족이 아닌 제3자와 맺은 부제소특약의 효력 또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원고들에게 각 24,868,421원 및 이에 대한 2014년 12월 6일부터 2020년 9월 10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련 후 의식 저하 상태에 있던 환자에게 혈당 검사 등 원인 파악을 소홀히 하고 상급 병원 전원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환자의 기왕증(기존 뇌출혈 후유증)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범위를 30%로 제한했습니다. 일실수입 청구는 환자의 사고 전 노동능력이 이미 100% 상실된 상태였다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이송비용, 치료비, 개호비, 장례비, 위자료 등은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국제적 요소가 포함된 의료 분쟁으로, 관련 법령의 적용에 국제사법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첫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불법행위가 행해진 곳의 법, 즉 대한민국 민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민법상 불법행위는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경련 발생 후 저혈당 검사 소홀과 상급 병원 전원 지연이 의료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둘째,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 관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 제49조 제1항'에 따라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 즉 중국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중국 상속법에 의하면 유산 상속의 제1순위는 배우자, 자녀, 부모이며, 동일 순위에서는 상속분이 균등하다고 보아, 망인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없으므로 부모인 원고들이 1순위 상속인으로서 망인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권을 균등하게 상속받았습니다. 의료과실 책임 범위에 있어서는 환자의 기존 질병이나 건강 상태(기왕증)가 손해 발생에 기여했다면, 의료기관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이미 뇌출혈 후유증으로 개호 및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음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이 30%로 제한되었습니다. 또한, 병원과 환자 또는 그 가족이 맺은 부제소특약(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정)은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당사자 본인의 명확한 의사표시 또는 적법한 대리권 수여가 있어야 하며,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거나 이전에 없던 증상을 보일 경우, 의료진은 신속하고 적절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지체 없이 상급 병원으로 전원할 의무가 있습니다. 환자 또는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해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취해지는 의료 조치 및 그 결과를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 기록은 매우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의료 기록이 사실과 다르거나 불분명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의를 제기하고 정확한 기록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해외 국적의 환자와 관련된 의료 분쟁에서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사망 시 상속에 있어서도 환자의 본국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 분쟁 발생 시, 환자의 기존 병력이나 기왕증이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 비율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환자의 정확한 건강 상태와 병력에 대한 의료 기록을 철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병원과 체결한 부제소특약은 당사자 간의 대리권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효력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