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디자인업체를 운영하는 원고 A는 호텔 신축 회사인 피고 B와 호텔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잠정적 합의, 즉 가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합의서에는 추후 공사 금액을 최종 합의하기로 하는 특기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피고 B는 원고 A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총 4억 4천만 원을 지급했고, 원고 A는 이에 따라 호텔 객실 2개에 대한 실물 모형(목업)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은 공사 범위와 대금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피고 B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며 원고 A에게 합의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의 계약 이행 지체 및 이행 거절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했고, 피고 B는 본계약 미성립을 주장하며 지급했던 계약금 4억 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와 피고 B 사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인테리어 공사도급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B가 원고 A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불법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는 원고 A가 계약 체결을 신뢰하고 지출한 비용(직원 K의 보수, 원고의 업무 준비 비용, 목업 공사 비용 등 총 241,724,272원) 상당의 신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원고 A가 피고 B에게 반환해야 할 계약금 4억 원에서 피고 B가 원고 A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 241,724,272원을 상계한 금액인 158,275,728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B는 제주도에 'F 호텔'을 신축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으며, 원고 A는 디자인업체를 운영하며 호텔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하고자 했습니다. 2015년 3월 3일, 양측은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된 '이 사건 합의'를 맺었지만, 이 합의서에는 '실 착공 전에 모든 마감 자재 선정 및 공사 범위를 적용한 실 견적서를 작성하여 상호 합의된 공사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특기 사항이 명시되어 있어 가계약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피고 B는 이 합의에 따라 원고 A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2015년 3월 13일과 2015년 4월 30일 각각 2억 2천만 원씩 총 4억 4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1월 초경부터 호텔 객실 2개에 대한 실물 모형(목업) 공사를 시작하여 2016년 2월 초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 A는 핵심 직원 K를 약 1년 6개월 동안 호텔 신축 공사를 위해 파견하고, 인테리어 도면을 작성하는 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B는 2016년 3월 2일 다른 3개 회사로부터 입찰을 받은 후 2016년 3월 30일 주식회사 J와 호텔 객실 87개에 대한 인테리어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2016년 4월 11일 피고 B에게 중도금 지급 및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계약이행촉구서를 발송했고, 2016년 5월 2일에는 기한 내 답변이 없을 경우 합의 해제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계약이행최고서를 발송했습니다.
피고 B는 이미 2016년 4월 29일 원고 A에게 '이 사건 합의는 가계약 성격으로 체결되었고, 원고 A가 제시한 공사 금액을 수용할 수 없어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못했으며, 원고 A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결국 양측은 계약의 성립 여부와 그로 인한 책임 문제를 두고 법적 분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와 피고 B 사이의 '이 사건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인테리어 공사도급계약으로 성립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피고 B가 계약 교섭을 부당하게 중단한 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B가 원고 A에게 계약금으로 지급한 4억 원을 원고 A가 반환해야 하는지, 그리고 넷째, 원고 A가 피고 B의 계약 교섭 중단으로 입은 손해배상액은 얼마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B의 반소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즉, 원고 A는 피고 B에게 158,275,72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6년 9월 28일부터 2018년 11월 22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원고 A가 70%, 피고 B가 30%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와 피고 B 사이의 인테리어 공사 관련 합의가 공사의 범위와 대금 등 본질적인 사항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아 법적으로 완전한 공사도급계약으로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본소 청구(손해배상 200,100,000원)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B가 원고 A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주었고, 원고 A가 이를 믿고 상당한 준비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B가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교섭을 중단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는 원고 A가 계약 체결을 신뢰하고 지출한 비용인 핵심 직원 K의 보수, 원고 A의 업무 준비 비용, 목업 공사 비용 등 총 241,724,272원에 대한 신뢰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 B가 원고 A에게 이미 지급한 계약금 4억 원(반소 청구액 기준)에서 피고 B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 A의 손해배상액 241,724,272원을 상계하여, 원고 A는 피고 B에게 남은 부당이득금 158,275,728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계약의 성립 요건: 계약이 법적으로 성립하려면,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의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들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모든 세부 사항에 대한 합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들이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한 사항에 대해 합의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등 참조). 특히 대규모 건설 도급 계약의 경우, 공사 금액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공사 시행 방법, 공사비 지급 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중요한 조건에 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인테리어 공사의 범위와 공사 대금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점을 들어 본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일반적으로 계약 준비 및 교섭 단계에서는 당사자가 언제든지 교섭을 중단하고 계약 체결을 포기할 수 있으며, 이 단계에서 발생한 비용은 각 당사자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주어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여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가 원고 A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신뢰를 부여했음에도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교섭을 부당하게 중단했다고 보았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 (신뢰 손해): 계약 교섭의 부당한 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할 경우, 배상 책임은 계약 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한정됩니다. 일반적으로 계약 교섭 단계에서 이행 행위를 준비하거나 착수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만약 이행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고 해당 비용 지급에 대한 교섭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계약 성립을 기대하고 이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가 신뢰 손해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2다32301 판결). 또한, 상법 제61조의 취지에 따라 상인이 향후 계약 체결을 예정하고 영업 범위 내에서 제공한 용역에 대한 통상의 보수 상당액도 신뢰 손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554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직원 K의 보수, 원고의 업무 준비 비용, 목업 공사 비용 등이 신뢰 손해로 인정되었습니다.
부당이득 반환 의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합니다. 본 계약이 성립되지 않아 계약금이 지급된 원인이 사라졌으므로, 계약금은 부당이득으로서 반환되어야 합니다.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 시 법원의 재량: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경우,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밝혀진 여러 간접 사실을 종합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와 K의 보수 및 지출 비용의 구체적인 부분을 특정하기 어려워 법원이 재량으로 손해액을 산정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가계약 시 내용 명확화: 가계약이나 잠정적 합의 단계에서는 향후 계약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들, 예를 들어 공사의 범위, 공사 금액, 기간, 사용 자재 및 공사비 지급 방법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합의하고 문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합의되지 않은 부분은 추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준비 비용 및 위험 분담 합의: 본계약 체결 전이라도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실물 모형(목업) 제작, 직원 파견, 설계 도면 작성 등 상당한 비용이 드는 준비 작업에 착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해당 비용의 보전 방법, 계약이 불발될 경우의 책임 소재 및 정산 방안 등을 미리 서면으로 명확히 합의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교섭 중단 시 신의성실의 원칙 준수: 계약 교섭 단계라 할지라도,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부여하고 상대방이 이를 믿고 비용을 지출했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 교섭을 중단하거나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교섭을 중단할 때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상대방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대규모 계약의 중요 사항 확인: 대규모 건설 도급 계약에서는 공사 금액 외에도 구체적인 공사 시행 방법, 공사비 지급 방법, 공사 기간 등 여러 제반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모든 중요 사항이 합의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계약금 반환 및 상계 가능성: 본계약이 성립되지 않아 계약의 법률적 원인이 소멸하면 이미 지급된 계약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이때 계약 교섭의 부당한 파기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채권이 있다면, 이 두 채권은 서로 상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