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개발 · 노동
주상복합건물 관리회사인 원고가 입주자대표회의인 피고와 체결한 관리계약이 피고의 일방적인 해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하자로 인해 무효임을 주장하며 미지급 용역비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의 계약 해지 결의가 자체 운영규정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으나, 당사자 간의 신뢰 관계가 파탄 나고 새로운 관리업체가 투입되어 사실상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진 시점까지의 용역비 중 일부인 4,000만 원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20년 6월부터 K 주상복합건물의 관리회사로서 피고인 K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위·수탁 계약을 맺고 건물을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2021년 6월 30일, 주식회사 A가 불법적인 주차장 관리계약 체결, 외부인 대상 월주차권 판매, 법령 및 규약 위반 행위 등으로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고 시정 조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계약 해지 안건을 전원 찬성으로 가결한 뒤, 같은 해 7월 31일 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해지 결의가 내용 및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이며, 자신들이 2021년 8월 이후에도 관리용역을 계속 제공했으므로 피고는 그에 상응하는 용역비 또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해지가 적법했고, 해지 이후 원고가 관리용역을 제공한 바 없으며 설령 제공했더라도 부당이득을 반환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K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계약 해지 결의가 자체 운영규정에서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해지 결의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로 판단될 경우, 관리계약이 언제까지 유효하며 그 기간 동안의 관리용역비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피고(K 입주자대표회의)는 원고(주식회사 A)에게 4,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2/3, 피고가 1/3을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관리계약 해지 결의가 K 복합주택단지 운영규정 제20조에서 정한 공동대표회의의 의결정족수(구성원 정원 10명의 과반수 6명 이상의 찬성 또는 선출된 구성원의 2/3 이상일 경우 그 과반수 찬성)를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관리계약이 위임계약의 일종으로서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 유지를 본질로 하는 점, 원고가 파견한 관리소장의 월권적 행위 등으로 피고와 원고 사이의 신뢰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점, 그리고 피고가 이미 2021년 8월 9일부터 새로운 관리회사와 계약하여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된 점 등을 종합할 때, 사회통념상 객관적인 계약 이행 불능 상태가 되어 이 사건 관리계약은 2021년 8월 9일 무렵 종료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2021년 8월 1일부터 8월 9일경까지의 관리용역비 상당액인 4,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고, 그 이후 원고의 일방적인 용역 제공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피고가 인수를 명백히 거절한 상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택관리업자 선정 및 계약 해지에 관한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입주자대표회의의 자치 규정의 적용, 그리고 민법상 위임계약의 해지 및 이행불능, 부당이득 반환의 법리가 주요하게 적용됩니다.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이나 입주자대표회의 운영규정 등은 반드시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주택관리업자 선정 및 해지와 같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규정에 명시된 의결정족수 요건을 빠짐없이 확인하고 충족해야 합니다. 정족수 미달로 인한 해지 결의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비록 계약 해지 절차에 하자가 있더라도, 당사자 간의 신뢰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나고 새로운 업체가 업무를 개시하는 등 사회 통념상 계약 이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진 경우, 법원은 해당 계약이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위임계약의 특성상 신뢰는 매우 중요하므로, 수임인의 불성실한 업무 수행이나 사익 추구는 신뢰 파탄의 주요 원인이 되어 계약 종료 시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통보 이후에도 용역 제공을 계속하더라도, 위임인이 명백히 용역 인수를 거절하는 상황에서는 해당 용역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용역 제공의 실제 여부와 상대방의 이득 발생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