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기타 형사사건
G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6명의 임직원들은 1998년부터 2011년경까지 완제의약품 생산 시 필요한 원료의약품을 직접 합성한다고 허위 신고하여, 정부의 '원료합성특례'를 적용받아 실제보다 높은 약가로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편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들은 항암제, 소화제, 진통소염제 등 여러 복제약에 대해 약 수백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았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영장 원본 미제시, 압수목록 미교부,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 등)을 인정하여 대부분의 증거를 증거능력 없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원료합성특례'라는 제약업계의 특수한 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정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의 원료의약품을 직접 합성하면 신약 개발 노하우를 축적하고 수입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아, 1995년경부터 제약사가 원료의약품을 직접 합성할 경우 해당 복제약의 상한금액을 최고가로 인정하거나 최고가의 90% 상당 금액으로 인정해주는 특례를 도입했습니다. G 주식회사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여러 완제의약품(항암제 'AB', 'AC', 소화제 'AD', 진통소염제 'AE', 'AF' 등)에 대해 원료의약품을 직접 합성하겠다고 신고하여 최고가 약가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G의 전 직원 AG는 'G가 실제로는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면서도 마치 직접 합성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특례를 악용하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편취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 신고를 했습니다. 이 신고로 인해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의 행정조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관세법 위반 형사사건, 그리고 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피고인들이 기소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검찰은 G가 원료의약품 합성 기술이 없었거나 출발 물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으면서도 허위 신고를 통해 약가를 부풀려 공단으로부터 약 93억 원, 177억 원, 105억 원 등 수백억 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이 기망행위의 방법, 내용, 공동정범의 역할 분담 등을 명확히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사기죄 성립 요건상 피기망자(보건복지부장관/심사평가원)와 처분행위자(국민건강보험공단)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 및 재물 취득자(요양기관)의 특정에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인들의 이득액을 산정할 때 원료합성특례가 없었더라도 받을 수 있었던 통상적인 복제약 약가를 제외해야 하는지 아니면 편취된 금액 전부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서울세관 등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원본 미제시, 압수목록 미교부,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 등 중대한 절차적 위법을 저질렀는데, 이로 인해 수집된 증거들과 이로부터 파생된 2차적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만으로 피고인들이 원료합성특례를 악용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법원은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주로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세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사본을 제시했으며, 피압수자들에게 영장을 개별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압수목록을 제대로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과정에서도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파일을 일괄 반출하고 피압수자들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 여러 위법 행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절차적 하자로 인해 검찰이 제출한 대다수의 증거가 증거능력을 상실했습니다. 법원은 증거능력이 있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원료의약품 합성 기술이 없었음에도 허위 신고하여 높은 약가를 편취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설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들의 변명이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이는 유죄의 의심을 가질 정도에 불과하며, 형사재판에서는 엄격한 증거에 의한 증명이 필요하므로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사기): 이 법은 특정경제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목적으로, 사기 행위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원료합성특례를 악용하여 수백억 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하려 했다는 혐의가 적용되었으나, 범죄 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이 조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입니다. 본 판결에서는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영장 원본 미제시, 개별 제시 미흡, 압수목록 미교부,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 등 서울세관의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인정되어 검찰의 주요 증거들이 배제되었습니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적법절차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법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사기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위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엄격한 증명력을 가져야 하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있거나 의심이 남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in dubio pro reo)을 적용한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공소사실의 특정): 공소사실은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특정해야 하며, 이는 법원의 심판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이 불특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기망행위의 내용과 공동정범의 역할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 국민건강보험사업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관장하고, 요양급여비용 심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험급여 지급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당하도록 합니다. 법원은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속는 사람)와 처분행위자(재산을 처분하는 사람)가 동일해야 한다는 법리 적용에 있어,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심사평가원이 피기망자이자 처분행위자에 해당하고 공단은 그들의 의사를 집행하는 기관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사기죄의 이득액 산정 법리: 사기죄는 기망으로 재물을 교부받으면 바로 성립하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은 불법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 합계를 의미합니다. 본 판결에서 피고인 측은 특례 없이 받을 수 있었던 약가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권리행사의 수단이므로 편취된 금액 전체를 이득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따랐습니다.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314조):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작성자의 자필이거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하고,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되었음이 증명되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본 판결에서는 내부고발자 AG가 제출한 일부 진술서나 중국 업체들의 확인서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거나 증명력이 낮게 평가되었습니다.
내부고발자료의 증거능력 (이익형량): 내부고발자가 무단으로 반출한 자료의 증거능력은 공익(범죄 수사 및 실체 진실 발견)과 개인의 사생활 및 재산권 보호라는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결정됩니다. 본 판결에서는 G의 공공성 있는 문서의 경우 중대한 범죄의 성격과 내부고발 없이는 밝히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국외에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 외국에서 수사기관이 아닌 자에 의해 수집된 자료의 증거능력은 영토 주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제형사사법 공조법에 따른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 진술 내용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는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본 판결에서는 중국 주재 외교관이 확보한 확인서의 경우, 강압적 분위기 가능성 등으로 인해 특신상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