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 만남 후 술 취한 상대방과의 성관계 무죄 판결

피고인은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피해자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후, 피해자가 잠든 사이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피해자는 이를 준강간으로 신고하였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였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런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성관계를 가졌으나 준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남성
• 피해자 B: 소개팅 앱으로 만난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성관계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준강간으로 신고한 여성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2022년 3월 12일 온라인 데이트 앱 '스카이피플'에서 '함께 술 마실 사람 구한다'는 피해자 B의 글을 보고 연락하여 B의 집에 방문했습니다. 두 사람은 알코올 도수 40도의 위스키 약 300ml 이상을 나눠 마셨고, 피해자는 자신의 주량을 넘는 양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자는 잠이 들었고, 이후 피고인이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성폭행으로 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으며, 피해자는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설령 그렇다 해도 자신은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피고인이 그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무죄.

결론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자신의 주량을 넘는 음주를 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을 개연성은 크다고 보았지만, 피고인이 술에 취한 피해자와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누고 함께 잠드는 등 정황상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일관되게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성관계 후 콘돔을 가방에 넣거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행동도 범행 은닉의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은 형법상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과 형사재판의 증명 원칙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299조)​: 형법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를 준강간죄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심신상실: 정신 기능에 장애가 있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잠들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었거나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나 대응·조절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피해자가 자신의 주량을 넘는 상당량의 술을 마셔 판단 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였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 항거불능: 심신상실 외의 다른 원인으로 인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말합니다.
2. 준강간의 고의: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피해자가 위와 같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의사, 즉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형사재판의 증명 원칙 (형사소송법 제325조)​: 형사재판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비록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in dubio pro reo)이라고도 합니다. 이 판결도 검사의 증명이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참고 사항

이 사건은 상대방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의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1. 동의의 명확성: 술자리 등 취약한 상황에서는 성관계에 대한 명시적이고 분명한 동의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명확하게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되면 성적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2. 심신상실·항거불능의 법리: 형법상 준강간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사람을 간음했을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정신 기능의 장애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은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하며, 깊은 잠이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의식 저하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3. 고의의 입증: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임을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행위자가 상대방의 취한 정도와 판단 능력을 인지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4. 전후 상황 고려: 법원은 성관계 전후의 대화 내용, 신체 접촉 유무, 잠들기 전 행동, 성관계 중 상대방의 반응, 성관계 후의 태도 등 모든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동의 여부와 고의 유무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행동을 상세히 기억하고, 피해자도 평소 습관대로 행동했다는 진술이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5. 범행 은닉 여부: 성관계 후 콘돔 처리, 휴대전화 빼앗기 등 행동은 범행 은닉 시도로 비춰질 수 있으나, 피고인의 구체적인 해명과 피해자의 진술을 종합하여 당시 당황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