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선천성 심장기형을 가진 미숙아가 심장 수술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자, 유가족들이 의료진의 인공호흡기 제거 시점과 그 이후의 경과 관찰 및 조치에 과실이 있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망 A는 미숙아로 태어나 선천성 심장기형(완전 방실중격결손)으로 인해 여러 차례 수술 및 치료를 받았습니다. 2021년 6월 9일 완전 방실중격결손 수술 후 소아집중치료실에서 회복 중이던 망 A는 2021년 6월 10일 17시 8분경 의료진에 의해 인공호흡기가 제거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공호흡기 제거 이후 망 A의 산소포화도가 점차 저하되었고, 2021년 6월 11일 2시 18분경 발작과 강직 증상을 보이다가 혈압 감소와 함께 심장마사지를 받아야 하는 위급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호흡곤란으로 기관 삽관 및 인공호흡기 재연결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악화되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되었고, 결국 2024년 1월 27일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 A의 부모인 원고들은 의료진이 인공호흡기 제거 시기를 잘못 결정했고, 제거 후 경과 관찰 및 호흡곤란 발생 시 조치에 소홀하여 망 A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며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의료진이 선천성 심장기형을 가진 미숙아의 인공호흡기 제거 시기를 부적절하게 결정했는지, 인공호흡기 제거 후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는지, 호흡곤란 발생 후 적절한 검사 및 처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는지 여부 및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인공호흡기 제거 전후 환자의 활력징후와 호흡 관련 수치를 면밀히 관찰했으며, 호흡기 제거 지침을 준수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의료 전문가의 감정 결과에 따라 인공호흡기 제거 과정 및 이후의 조치에서 의료상 과실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미숙아의 선천적 심장기형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가능성이 있었고 이에 대한 설명도 사전에 이루어졌음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인의 주의의무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의미합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진료 환경과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파악됩니다.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특정 상황에서는 인과관계의 증명 책임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즉, 환자 측이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진료상 과실)의 존재와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지만, 의학적 원리에 부합하지 않거나 막연한 가능성만을 가지고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수술 후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의료상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증명되지 않는 한, 막연히 의료상 과실로 인한 결과라고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
의료 관련 분쟁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 행위 전후의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관련 진료 기록을 철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이 안내하는 수술이나 치료의 부작용 및 합병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는 과정 또한 중요합니다.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의학적 결과는 의료 과실로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상황이 곧바로 의료진의 과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의 일시적 변동이 곧바로 의료 과실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으며, 임상 현장에서는 인공호흡기 제거 후 호흡 불안정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와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의료기관 내부에 마련된 치료 지침이나 프로토콜이 잘 준수되었는지 여부도 과실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