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채무자 B의 누이 A에게 유일한 상속 재산인 토지 지분을 증여한 행위가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증여계약 취소 및 등기 말소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여받은 A가 증여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선의),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합리적인 증여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C 주식회사가 D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신용보증을 섰고 B이 연대보증을 했습니다. C 주식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대신 25,490,609원을 갚았고 그 결과 B에게 약 9,603,257원의 구상금 채권과 약 3,609,047원의 손해금 채권이 발생했습니다. 채무자 B은 자신 소유의 유일한 부동산인 상속 토지 지분 2/20을 누이인 A에게 2019년 2월 11일 증여했고 이에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채권자로서 B의 증여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토지 지분이전등기를 말소할 것을 청구했습니다.
채무자 B이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상속 토지 지분을 누이인 피고 A에게 증여한 행위가 채권자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증여를 받은 피고 A가 이러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악의)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A와 채무자 B 사이의 토지 지분 증여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지분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B이 피고 A에게 토지 지분을 증여한 행위가 피상속인 E의 사망 후 남은 유일한 상속재산인 토지에 설정된 농지연금 관련 채무 42,240,790원을 피고 A가 변제하는 대신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피고 A에게 자신들의 상속 지분을 모두 증여하기로 한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피고 A가 변제한 채무액이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 합계액 30,151,400원보다 높았으므로 공동상속인들의 증여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A가 B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지분을 증여받을 당시, 이러한 증여계약이 B의 다른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보아 피고 A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즉, 피고 A의 '선의'를 인정한 것입니다.
본 사건의 핵심은 민법 제406조에서 규정하는 채권자취소권, 즉 '사해행위취소'입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법률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복구시키는 제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사해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채무자의 재산 처분으로 인해 채무자의 재산이 감소하는 것을 넘어 증여를 받은 사람(수익자)이 그 증여가 채권자를 해할 것임을 알고 있었어야 합니다. 만약 수익자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선의였다면) 사해행위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406조 제1항 단서). 이 사건에서는 채무자 B이 피고에게 토지 지분을 증여한 것이 피상속인 E의 농지연금 채무 42,240,790원을 공동 상속인들이 피고에게 변제하게 하는 대신 상속 지분을 피고에게 모두 증여하기로 한 합의에 따른 것이었고, 피고가 변제한 채무액이 토지의 공시지가(합계 30,151,400원)보다 더 높았던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이는 피고가 증여를 받을 당시 채권자를 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선의'를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려면 단순히 재산이 감소하는 것을 넘어 그 행위로 인해 채권자가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채무자가 알고 있었어야 합니다. 둘째, 재산을 증여받거나 양도받은 사람(수익자) 역시 해당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 사해행위취소가 가능합니다. 만약 수익자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선의였다면) 사해행위취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셋째, 상속 재산에 빚이 있는 경우 특정 상속인이 그 빚을 대신 갚는 대신 다른 상속인들로부터 상속 지분을 받는 것은 일반적인 증여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갚은 빚의 액수가 받은 상속 재산의 가치보다 크다면 그 증여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째,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단순한 채무 회피 목적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채무를 정리하거나 다른 합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