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주식회사 A는 퇴사한 직원 B와 C가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무단으로 반출하여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5억 1백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직원들의 자료 반출 행위 또한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전 직원 B와 C가 퇴사할 무렵인 2021년 6월경 회사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원고가 영업비밀로 분류한 정보를 대량으로 무단 다운로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501,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를 했습니다.
전 직원들이 반출한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와 해당 정보 반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취득'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의 피고 B와 C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A가 주장하는 정보들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건인 '비밀관리성'과 '경제적 유용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회사 직원으로서 해당 정보에 정당하게 접근할 권한이 있었으므로 자료를 회사 외부로 반출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취득'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판결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 정의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법리를 주요하게 적용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정의): 이 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의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합니다. 법원은 이 정의에 따라 원고가 주장하는 정보들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한 '비밀관리성'과 '경제적 유용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판단했습니다. 특히 '비밀관리성'에 대해서는 정보 보유자의 예방조치, 정보 접근의 영업상 필요성,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간의 신뢰관계,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 보유자의 사업 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경우 전 직원이 정보에 접근 가능했고 별도 교육이나 약정이 없었으므로 비밀관리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경제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과거의 가격 정보 이력이나 추상적인 영업전략, 쉽게 얻을 수 있는 고객 정보 등은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영업비밀 취득 행위): 이 조항은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기업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이미 인지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영업비밀을 이미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람이 영업비밀을 단순히 기업 외부로 무단 반출한 행위는 이 조항 소정의 영업비밀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별도로 업무상배임죄 등이 될 수는 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등 기존 판례의 법리를 따랐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20조: 항소심 법원이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여 판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 규정에 따라 1심 판결의 대부분을 인용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 주장에 대한 판단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판결 이유를 구성했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정보가 법적으로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첫째, 정보 접근 권한을 직무에 따라 명확히 차등을 두어 제한하고, 둘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비밀유지 교육을 실시하며, 셋째, 거래처나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자료를 제공할 때는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는 등 구체적인 비밀 관리 노력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경쟁업체에 실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그 정보 취득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상적인 영업전략이나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총판 계약 종료 등으로 인해 회사가 더 이상 해당 정보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정보가 보호가치 있는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