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주식회사 A는 피고 B에게 의약품 공급대금 4억 1,203만 40원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B는 약국 운영 양수 전의 채무는 무효이며 자신이 지불한 금액이 자신의 채무에 먼저 충당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이전 운영자 D의 채무 5억 534만 8,911원을 인수한 것으로 인정하고 약사법 위반으로 인한 약국 운영 행위와 의약품 공급 계약은 별개의 법률행위로 보아 의약품 공급 계약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B가 지급한 금액은 법정변제충당 원칙에 따라 D의 채무에 먼저 충당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B는 원고 주식회사 A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4억 203만 40원과 이자(2020년 2월 1일부터 2023년 6월 19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약국 'C'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의약품 도소매업 법인입니다. 'C' 약국은 원래 약사 D가 운영했으나 실제로는 원고의 전 대표이사 E가 D의 약사 면허를 빌려 실질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이후 D는 약국 영업을 피고 B에게 양도했으며 원고는 피고 B에게도 의약품을 공급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B에게 약국 운영 양수 전의 D의 미지급 물품대금과 양수 후 피고 B에게 공급한 물품대금의 합계액 중 미지급된 금액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B는 D의 약사 면허 대여 행위가 약사법을 위반한 반사회적 법률행위이므로 물품대금 채무도 무효라고 주장했으며 자신이 지급한 돈이 자신의 물품대금 채무에 먼저 충당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채무가 남아있지 않다고 다퉜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B가 이전 약국 운영자 D의 물품대금 채무를 인수했는지 여부, D의 약사 면허 대여와 관련된 의약품 공급 계약이 민법상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 그리고 피고 B가 지급한 대금이 D의 채무와 B 자신의 채무 중 어느 것에 먼저 충당되어야 하는지(변제충당 순서)였습니다.
법원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B에게 원고 주식회사 A에게 402,030,04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년 2월 1일부터 2023년 6월 19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약국 영업 양수인인 피고 B가 이전 영업자 D의 채무를 인수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비록 이전 영업자 D의 약사법 위반 행위가 있었지만 의약품 공급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변제충당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D의 채무에 피고 B가 지급한 돈이 먼저 충당되어야 한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피고 B가 미지급된 의약품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약국 개설에 관한 규정)과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가 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약사법 제20조 제1항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은 있었지만 이 조항 자체가 의약품 공급 계약의 사법적 효력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와 D 사이의 의약품 공급 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따른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D에게 공급한 의약품 대금을 구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변제충당에 있어서는 피고 B의 지정충당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법정변제충당의 순서에 따라 이행기가 가장 먼저 도래한 D의 물품대금채무 및 원고가 공급한 순서에 따라 순차 원금에 충당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상사채무의 지연손해금에는 상법에 따른 연 6%의 이자율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소송 중인 채무에는 연 12%의 이자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영업을 양수할 때는 이전 영업자의 채무를 정확히 확인하고 채무 인수 여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계약서에 서명하거나 날인을 통해 채무 인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면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약사법 위반과 같은 불법적인 영업 행위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와 관련된 모든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약품 공급 계약과 같이 직접적인 대가 관계가 있는 상거래 계약은 별개의 법률행위로 보아 유효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채무가 있을 때 변제를 하는 경우 어떤 채무에 변제액을 충당할지 명확히 지정하지 않으면 법정변제충당의 원칙에 따라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에 먼저 충당될 수 있습니다. 이는 채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는 원하는 채무에 충당되도록 명확히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특정 법규 위반이 발생하더라도 그 위반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상거래 계약의 유효성은 별도로 판단될 수 있으며 형사 처벌과 민사 계약의 효력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