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조합 설립 후 4년이 넘도록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해당 구역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1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고 주민의견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으로 나타나자, 서울특별시는 해당 구역을 직권 해제했습니다.
재개발 구역 내 토지 및 건물 소유자들은 서울시의 직권 해제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법원은 서울시 조례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해제 요청 동의 요건 또한 유효하게 충족되었으며, 주민의견조사에도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의 직권 해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고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F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10년 1월 15일 서울 성북구 G 일대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조합은 설립 인가 후 4년이 되도록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1,153명 중 441명(약 38.24%)이 2016년 5월 11일 서울특별시 성북구청장에게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했습니다. 성북구청장은 이 요청을 서울시장에게 통보하고, 2016년 10월 11일부터 12월 9일까지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주민의견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475명(약 41.20%)으로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50% 미만으로 나타났고, 성북구청장은 이 결과를 2016년 12월 20일 서울시장에게 통보했습니다.
서울시장은 2016년 12월 27일 해당 정비구역을 직권해제 대상구역으로 선정하여 성북구청장에게 통보했으며, 2017년 3월 30일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구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에 따라 재정비촉진구역 해제 고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해제 처분에 대해 정비구역 내 토지 및 건물 소유자인 원고들은 서울시장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 정비구역 해제 요청을 위한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1 이상 동의 요건이 적법하게 충족되었는지 여부 (특히 동의서의 유효성 문제) 정비구역 해제 전 실시된 주민의견조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 위 쟁점들을 바탕으로 서울시장의 재정비촉진구역 해제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소송참가 및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서울행정법원의 제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입니다.
법원은 서울특별시장이 재정비촉진구역을 해제한 처분이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으며,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본 사건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년 2월 8일 개정 전 법률, 이하 '구 도시정비법') 및 구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2018년 7월 19일 개정 전 조례, 이하 '이 사건 정비조례')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것입니다.
1. 정비구역 직권 해제 및 조례의 위임 범위 (구 도시정비법 제4조의3 제4항 제2호 및 이 사건 정비조례 제4조의3 제3항 제4호) 구 도시정비법 제4조의3 제4항은 특별시장 등이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2호는 '정비구역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해제 사유로 들면서, 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했습니다.
이 사건 정비조례 제4조의3 제3항 제4호는 위 법률의 위임을 받아 '사업시행자가 조합설립인가 후 4년이 되도록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이자 '해당 구역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해제 요청한 경우'이며, '주민의견조사에서 사업찬성자가 100분의 50 미만인 경우'를 모두 충족하면 정비구역 직권 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조례 조항이 구 도시정비법이 부여한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서울시의 구체적 여건에 맞게 설정된 것으로 보았고,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거나 법률우위,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행정계획 수립 및 변경에 있어 행정 주체에게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재량권)가 인정된다는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2. 토지 등 소유자 해제 요청 동의서의 유효성 (구 도시정비법 제17조 제1항 관련) 구 도시정비법 제17조 제1항은 정비구역 해제와 관련된 동의 시 서면동의서에 지장 날인과 자필 서명을 하고 신분증명서 사본을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이 '정비구역 해제 요청'에 대한 별도의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정비조례에 따른 해제 요청 시 지장 날인 및 자필 서명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핵심은 동의서가 '토지 등 소유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여 작성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실제로 사망자 명의의 동의서 1장과 공유자 중 일부만 동의한 동의서 9장은 무효로 판단되었으나, 지장 날인이나 자필 서명이 없거나 필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동의서의 유효성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총 해제 요청 동의서 441장 중 무효로 확인된 10장과 사실조회 결과 본인 의사가 아니라고 회신된 15장을 합해도 총 25장에 불과하여, 전체 토지 등 소유자 1,153명의 3분의 1 이상(385명) 요건은 여전히 충족된다고 보았습니다.
3. 주민의견조사의 적법성 법원은 주민의견조사 과정에서 참여 인원 집계 방식, 다른 양식의 조사서 배제, 대리인 투표 불허용, 현장 투표 시의 의견 충돌 등의 주장에 대해 검토한 결과, 주민의견조사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서울시 조례에서 시장이 토지 등 소유자 의견 조사의 절차와 방법 등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로, 지자체가 정한 절차가 부당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이 장기화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관련 법규와 지자체 조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정비구역 해제 요청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정비구역 해제 요청 시 제출하는 동의서의 유효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망자 명의의 동의서나 공유자 중 일부만 동의한 경우처럼 명백히 문제가 있는 동의서는 무효 처리될 수 있으므로, 동의서 작성 및 제출 시 유효 요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해제 요청' 동의서에 대해 구 도시정비법에서 요구하는 지장 날인 및 자필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해당 동의서가 토지 등 소유자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따라서 의사 표현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 내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례 규정은 행정처분의 적법성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조례의 규정이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주민의견조사와 같은 절차는 그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지자체가 정한 절차와 방법을 준수하는지,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투표 방해와 같은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