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수술 중 발생한 응급상황과 뇌손상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던 중 급성 서맥 및 호흡부전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척추마취를 부적절하게 시행하고, 알코올리즘 병력이 있는 자신에게 금기 약물을 사용했으며, 수면진정제를 과다하게 투여했고, 수술 중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으며, 응급상황 발생 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원고가 주장한 모든 의료상 과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행위가 당시 의료 수준과 환자 상황에 비추어 적절했거나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환자 A): 2012년 4월 18일 피고 병원에서 대퇴비구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고 관절경 수술을 받은 환자로, 수술 직후 급성 서맥, 호흡부전 등의 응급상황을 겪고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 및 뇌기능 저하를 진단받아 피고 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당사자입니다.
• 피고 (의료법인 B): 서울 도봉구 소재 C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으로, 원고의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의료상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다투는 당사자입니다.

분쟁 상황

2012년 4월 18일,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대퇴비구 충돌증후군 관절경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전 척추마취를 위해 국소마취제인 부피바케인이 주입되었고, 이후 수면진정제인 미다졸람, 프로포폴, 펜토탈 등이 여러 차례 투여되었습니다. 수술 중에는 혈압강하제인 페르디핀도 투여되어 혈압이 120/70에서 100/60으로 강하되었습니다. 수술이 종료된 직후인 16:50경, 원고는 급성 서맥, 급성 호흡부전 등의 응급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은 아트로핀, 에피네프린 주입 및 기관삽관, 인공호흡 등의 응급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중등도 치매 수준)가 발생하여 기질성 정신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발생하여 뇌손상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에 대한 고관절 수술 중 척추마취를 부적절하게 했는지, 알코올리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금기 약물을 사용했는지, 수면진정제를 과다하게 투여했는지, 수술 중 환자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는지, 그리고 응급상황 발생 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 및 이러한 과실들이 원고의 뇌손상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다섯 가지 과실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 척추마취상 과실 없음: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농도와 용량의 국소마취제를 지주막하공간에 투여하여 적절하게 척추마취를 시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취 효과 지속 시간 경과 후 사고가 발생했고, 마취제 부작용 시 즉시 나타나야 할 증상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2. 금기약물 사용 과실 없음: 원고가 알코올리즘 환자였음을 인정했지만, 미다졸람과 펜토탈은 알코올리즘 환자에게 '절대금기' 약물이 아닌 '주의를 요하는' 약물이며, 아티반과 미다졸람의 병용투여도 직접적인 금기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혈압강하제 페르디핀 투여는 수술 시야 확보를 위한 유도저혈압 목적으로 보이며, 투여 당시 환자 상태나 강하된 혈압 수준이 임상적으로 문제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3. 진정제 과다투여 과실 없음: 알코올리즘 환자의 경우 수면진정제 투여 요구량이 증가할 수 있고, 투여된 미다졸람, 프로포폴, 펜토탈의 용량이 의약품사전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거나 과다투여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활력징후나 응급상황 발생 순서 등을 고려할 때 자발 호흡 상실을 초래할 정도의 과다투여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경과관찰 소홀 과실 없음: 마취 기록지에 5분 간격으로 활력징후 등이 측정 기록되어 있었고, 이상 증상 발생 즉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볼 때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5. 응급처치상 과실 없음: 원고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상황에서 에피네프린 투여는 필수적이고 적절한 용량이었다고 보았으며, 심실빈맥 발생 후 전기충격요법을 시행한 시점도 적절했다고 보았습니다. 전반적인 응급처치 과정이 의료 지침에 부합했다고 판단하여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되었으며, 제1심판결은 정당하다고 인정되었습니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됩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므로 위험 방지를 위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환자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치료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임상의학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으로 결정됩니다 (대법원 2013다31144 판결 참조).
2. 의료행위의 전문성 및 인과관계 입증: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인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매우 어렵습니다. 수술 도중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입증되면 의료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막연히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3. 의사의 진료 재량: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특정 조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가 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5다27442 판결 참조).
4. 진료채무의 성격 (수단채무)​: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를 할 채무, 즉 수단채무입니다. 따라서 진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으로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
5. 합병증 발생의 경우 과실 추정 여부: 의료행위의 결과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더라도 당해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와 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5다21295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각 과실(척추마취상 과실, 금기약물 사용 과실, 진정제 과다투여 과실, 경과관찰 소홀 과실, 응급처치상 과실)에 대해 의료전문가들의 감정 의견과 당시 의료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피고 의료진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진정제 투여량이나 응급처치 방법 등은 당시 의료수준과 환자의 개별 상태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였다고 보았으며, 알코올리즘 환자에 대한 특정 약물의 '금기'는 절대적 금기가 아닌 '주의를 요하는' 사항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의료 기록의 중요성: 수술 전후 모든 의료 기록 (마취 기록, 약물 투여 기록, 활력징후 기록, 간호 기록 등)은 의료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진료기록지에는 환자의 과거력, 기저질환, 약물 복용 여부 등이 정확하게 기재되어야 합니다.
2. 마취 및 진정제 부작용 인지: 마취제나 수면진정제는 환자의 중추신경계, 호흡기계, 순환기계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수술 전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해 인지해야 합니다.
3. 기저질환 및 복용 약물 고지: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질환,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수술 전 의료진에게 반드시 정확하게 고지해야 합니다. 일부 약물은 특정 질환이나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하여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 알코올리즘 병력에 대한 의료진의 인지 여부와 약물 선택의 적정성이 쟁점이 되었음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4. 응급상황 대처의 적정성: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진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당시 환자의 상태, 투여된 약물, 시행된 처치 방법, 그리고 의료 지침(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의학적 지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으므로, 사고 당시의 최신 지침과 임상적 판단이 중요합니다.
5. 의료 과실 입증의 어려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므로 의료 과실을 주장하는 환자 측이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료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하며, 단순히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개연성'이 충분히 담보되어야 합니다.
6. 의사의 재량권 인정: 법원은 의학적 판단에 있어 의사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여러 합리적인 진료 방법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진행했고 그 과정에 명백한 과실이 없었다면, 결과가 나빴더라도 의료 과실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