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1998년 DTaP 및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받은 아이(원고)가 접종 다음 날부터 경련 등의 증세를 보였고, 이후 난치성 간질 및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 측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라며 국가에 장애일시보상금을 신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장(이후 파주시장으로 피고 경정)은 백신과 난치성 간질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피고의 보상금 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원고 A는 1998년 7월 22일 파주보건소에서 DTaP 및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았습니다. 접종 다음 날인 7월 23일부터 의식 상실, 경련, 안구 편위, 왼팔 강직 등의 복합부분발작 증세를 보였고, 그에 따른 치료를 받았습니다. 1998년 12월경 원고의 부모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예방접종 피해보상(진료비, 간병비)을 신청하여 2,422,00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원고의 발작 증상이 재발, 악화되어 2008년 6월 6일 종합장애등급 1급(간질장애 2급,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2008년 11월 12일 다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장애일시보상금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당시 질병관리본부장)는 2009년 4월 2일 '난치성 간질과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으며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장애일시보상금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거부처분에 대해 원고 측이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예방접종 후 발생한 복합부분발작과 난치성 간질, 지적장애 등 후유장애가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즉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구 전염병예방법상 예방접종 피해보상의 핵심 요건입니다.
피고가 2009년 4월 2일 원고에 대하여 한 예방접종피해에 대한 보상금 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법원은 구 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국가의 예방접종 피해보상 책임은 무과실책임이지만, 장애가 예방접종으로 인한 것임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원고의 경우 접종 전 건강했고 접종 후 하루 만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으며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도 과거 진료비 등을 보상했던 점, DTaP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 점, 피고의 이상반응 관리지침에 뇌증이 보상신청 대상에 포함된 점 등을 종합하여 예방접종과 원고의 장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피고의 보상금 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구 전염병예방법'(2009년 12월 29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의2입니다. 이 조항은 국가가 예방접종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된 경우, 또는 사망한 경우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2항에서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란 예방접종 약품의 이상이나 접종자의 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해당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로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은 예방접종의 사회적 유용성과 국가적 권장 필요성,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 상호부조 및 손해분담의 공평, 사회보장적 이념에 기반한 특별한 피해보상 제도입니다. 법원은 이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 의학적, 자연과학적 명확성만을 요구하지 않고, 시간적, 공간적 밀접성, 의학이론상 불가능하지 않은 추론 가능성, 다른 원인 배제 등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국가의 피해보상 책임을 비교적 넓게 인정한 법리입니다.
예방접종 후 질병이나 장애가 발생하여 국가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 인과관계 증명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완벽한 증명이 어렵더라도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예방접종과 장애 발생 사이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해당 예방접종으로부터 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해야 합니다. 셋째, 장애가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접종 전 건강했던 아이에게 접종 직후 급성 증상이 나타났고, 다른 명확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점이 인과관계 인정에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관련 의료기록, 진료 내역, 의학적 소견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