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병원 의약품 구매 입찰 도매상 담합 관련 사건

이 사건은 울산대학교병원의 의약품 구매 입찰에 참여한 여러 의약품 도매상들이 낙찰받지 못한 도매상도 낙찰받은 도매상을 통해 마진 없이 의약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합의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린 사례입니다. 원고인 청십자약품을 포함한 도매상들은 이러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했습니다. 법원은 도매상들 간의 합의는 인정했으나, 과징금 산정 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인 2006년도 입찰 관련 매출액을 포함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하고 시정명령은 유지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청십자약품을 포함한 복산약품, 삼원약품, 세화약품, 동남약품, 우정약품, 아남약품 등 7개 의약품 도매상들로 울산대학교병원의 의약품 구매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입니다.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로, 의약품 도매상들의 담합 행위를 조사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린 기관입니다.
• 관련 기관: 울산대학교병원으로, 의약품을 구매하기 위해 경쟁 입찰을 진행한 병원입니다.

분쟁 상황

울산대학교병원은 매년 56월경 의약품 납품 실적 등을 갖춘 의약품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약 1,3001,600여 종의 의약품을 구매했습니다. 입찰은 제약사별 또는 제형·효능별로 그룹을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울산대학교병원은 각 그룹별로 입찰기초금액을 정해 공지했습니다. 2006년 입찰 종료 다음 날인 6월 13일, 삼원약품 이사를 포함한 여러 도매상들은 '낙찰받은 도매상은 기존 제약사와 거래해오던 다른 (탈락된) 도매상으로부터 낙찰 단가대로 의약품을 구매하고, 병원으로부터 대금을 수령하면 그 도매상에게 낙찰 단가대로 금액을 송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합의는 2007년 및 2008년 입찰에서도 큰 변동 없이 이어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도매상들의 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였고, 이에 청십자약품이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적법한 사전 통지 및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의약품 도매상들 사이에 울산대학교병원 의약품 구매 입찰에서 마진 없는 도도매거래를 하겠다는 합의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이러한 합의가 시장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된 시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넷째,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납부명령이 적법하게 산정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절차적 하자 여부: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비록 적용 법조를 변경했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전에 관련 행위에 대해 충분히 통지받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으므로,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2. 합의의 존재 여부: 2006년도 입찰 종료 후 의약품 도매상들 사이에 마진 없는 도도매거래 합의가 있었고, 이러한 납품 방식이 2007년과 2008년 입찰에서도 최소한 묵시적으로 유지되었다고 보아 합의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3. 경쟁제한성의 존재 여부:
   • 관련 시장 획정: 울산대학교병원의 의약품 구매 입찰 시장과 낙찰 의약품 조달 시장을 구분했습니다. 특히 낙찰 의약품 조달 시장의 지역적 범위는 '전국 의약품 조달 시장'으로 획정했습니다.
   • 경쟁 제한 효과: 이 사건 합의로 인해 낙찰받지 못한 도매상도 사실상 낙찰자와 같은 지위로 입찰에 참여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울산대학교병원 입찰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을 감소시키고 낙찰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2006년도 입찰은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이므로 해당 입찰에서의 경쟁 제한 효과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전국 의약품 조달 시장'에서는 원고를 포함한 도매상들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 경쟁 제한 효과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 효율성 증대 효과: 원고가 주장하는 효율성 증대 효과는 입찰의 예정인하율이 높게 설정된 데 기인한 것이며,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 효과를 상회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과징금 납부명령의 적법성: 이 사건 합의는 2006년도 입찰이 종료된 후에 이루어졌으므로, 2006년도 입찰과 관련된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의 관련 매출액에 포함시킨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과징금 납부명령은 위법하여 취소하고, 시정명령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은 정당하다고 보았으나,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해서는 산정 기준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여 취소했습니다. 즉, 의약품 도매상들의 담합 행위 자체는 위법하지만, 과징금은 담합 효과가 발생한 시점 이후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약칭: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 내용: 사업자는 계약, 협정, 결의 등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제19조 제1항 제9호인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외의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적용되었습니다.
• 사례 적용: 의약품 도매상들이 서로 마진 없는 도도매거래를 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울산대학교병원 입찰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을 감소시키고 낙찰가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어,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 보았습니다. 이는 입찰담합(제8호)과 직접적으로 일치하지는 않지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제9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 합의의 개념

• 내용: 공정거래법상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인 계약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나 암묵적인 양해에 그치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여러 사업자 사이에 순차적으로 의견이 결합되어도 합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사례 적용: 재판부는 2006년 입찰 이후 도매상들 사이에 마진 없는 도도매거래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납품 방식이 2007년, 2008년 입찰에서도 암묵적으로 유지되었다고 보아 합의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3. 경쟁제한성의 판단 기준

• 내용: 어떠한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해당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선택 기준, 해당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가격, 수량, 품질 등 거래 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 사례 적용: 이 사건에서는 합의가 울산대학교병원 입찰 시장에서 입찰 참가자들 사이의 가격 경쟁을 감소시키고 낙찰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아 경쟁제한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낙찰 의약품 조달 시장에서는 도매상들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 경쟁 제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여, 경쟁제한성 판단 시 관련 시장의 범위와 해당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중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4. 공정거래법 제49조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 내용: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거나 처분을 내리기 전에 당사자에게 조사 대상 내용 및 법 적용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는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 사례 적용: 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보고서에 적용한 법조항(제8호)과 실제 처분 시 적용한 법조항(제9호)이 달랐지만, 원고가 관련 행위 사실에 대해 충분히 통지받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으므로,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묵시적 합의도 담합입니다: 명시적인 계약서나 구두 합의가 없더라도 여러 사업자가 일련의 행동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었다고 판단되면 담합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도 2007년과 2008년의 묵시적 합의가 인정되었습니다.
• 관련 시장 획정이 중요합니다: 특정 행위가 경쟁을 제한하는지 판단할 때 어느 시장을 기준으로 볼 것인지(관련 시장 획정)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쟁 제한성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자신의 사업이 어떤 시장에서 경쟁하는지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벌금(과징금) 산정 기준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공정거래 관련 법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은 위법 행위로 인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만약 위법한 합의가 특정 시점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그 이전 시점의 매출액을 포함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이 될 수 있으므로,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간과 매출액이 적절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담합 행위의 목적이 항상 효율성 증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병원의 높은 예정인하율 등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도도매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이를 통해 효율성이 증대되었다는 주장이 있더라도, 이것이 경쟁 제한 효과를 상회한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습니다. 즉, 담합의 주된 목적이 경쟁 제한이었다면 다른 효율성 증대 효과는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 방어권 행사를 위한 사전 통지는 중요합니다: 어떤 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처분을 받을 때, 적용 법조가 바뀌더라도 관련 행위 사실에 대해 충분히 통지받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다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