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채권 양도가 은행의 권리를 해쳤는지 다툰 사건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원고)은 세아중기에 대한 지급보증 구상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세아중기가 재정 악화로 계열사인 주식회사 세아특수강(피고)에게 채권을 양도하자 이를 사해행위로 보고 채권양수도계약 취소를 주장하였습니다. 원고는 세아중기와 피고 간의 채권 양도 계약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며, 또한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여 원고를 해칠 의도가 명백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채권 양도가 합리적인 감정평가에 따른 상당한 가격으로 이루어졌고, 양도 대금도 실제 채무 변제에 사용되었으며, 특정 채권자를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원고, 항소인): 세아중기에 대한 지급보증 구상금 채권을 가진 회사.
• 주식회사 세아특수강 (피고, 피항소인): 세아중기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회사이자 세아그룹 계열사.
• 주식회사 세명개발 (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세아중기): 원고에게 구상금 채무를 지고 피고에게 채권을 양도한 회사이자 세아그룹 계열사.
• 주식회사 세아제강: 세아그룹의 모회사로서 세아중기의 채무 대부분을 연대보증한 회사.
• 아라비안 파이프 컴퍼니: 세아중기와 납품 계약을 맺은 사우디아라비아 회사.
• 알라지 뱅킹 인베스트먼트 코포레이션: 아랍파이프를 수익자로 보증서를 발급한 은행.
• 정리회사 한보철강공업 주식회사: 세아중기가 정리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

분쟁 상황

세아중기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파이프와의 강관 설비 납품 계약과 관련하여 원고인 한국외환은행으로부터 미화 285만 달러 지급보증을 받았습니다. 아랍파이프의 보증금 청구와 알라지 은행의 요청으로 원고는 2001년 3월 약 49억 원의 보증금을 대위변제하고 세아중기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아중기는 1997년 한보철강 부도 사태 이후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에 여러 채권금융기관들이 2001년 초부터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고, 세아중기는 이러한 재정적 압박 속에서 2001년 4월 보유하고 있던 공장 건물, 대지, 기계기구 일체를 계열사인 피고 세아특수강에 매도하고, 한보철강공업에 대한 25억 원 상당의 정리채권마저 피고에게 양도했습니다. 원고는 이 채권 양도 행위가 자신에 대한 사해행위 또는 통정허위표시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아중기가 계열사인 피고에게 채권을 양도한 행위가:

1.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한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
2. 채권자인 원고를 해칠 목적으로 이루어진 사해행위로서 취소될 수 있는지 여부 였습니다. 특히 사해행위 주장에 대해서는 채권 감정가격의 적정성,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유일한 재산 매각 여부, 특정 채권자를 해할 의도 유무, 그리고 연속된 자산 처분 행위를 하나의 사해행위로 볼 것인지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즉, 세아중기와 피고 사이의 채권 양수도 계약이 통정허위표시 또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세아중기가 재무 상태 악화로 채권금융기관들의 상환 요구가 이어지자, 불확실한 가치의 정리채권을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법인의 평가를 통해 상당한 가격으로 매각하여 그 대금을 실제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이므로, 이를 통정허위표시나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계열사 간의 거래라는 점이나 원고의 채권이 변제되지 않은 점 등만으로는 원고를 해할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부동산 처분과 채권 양도를 일련의 하나의 사해행위로 볼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때 자산을 처분하는 경우,

1. 객관적인 가치 평가: 자산 처분 행위가 정당한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정확한 감정평가 및 합리적인 거래 조건 마련이 중요합니다. 특히 특수관계인(계열사, 친족 등) 간의 거래는 더욱 엄격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변제 내역의 투명성: 처분한 자금은 실제 채무 변제 등 합당한 목적에 사용되어야 하며 그 내역을 명확히 증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사해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3. 특정 채권자 배제 금지: 여러 채권자가 있는 경우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변제하거나 다른 채권자를 부당하게 배제하려는 의도가 의심받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다만, 채무의 본지에 따른 변제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아닙니다.
4. 연속된 자산 처분: 여러 자산 처분 행위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각 행위마다 사해성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각 처분 행위가 무자력을 초래했는지 여부와 그 정당성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