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으려 재산을 증여했다가 취소된 사건

채무자 E는 미국인 채권자 A와 B에게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있던 중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 지분을 다른 공동 소유자이자 피고인 C에게 증여했습니다. 이 증여로 인해 채무자 E는 재산이 없어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후 C는 피고 D에게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채권자들은 이 증여를 사해행위(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보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E의 증여 행위가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판단하여 증여 계약을 취소하고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A, B): 미국인으로 채무자 E에게 합계 약 2억 2천만 원 이상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들입니다.
• 채무자 E: 원고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부동산 지분을 피고 C에게 증여한 인물입니다.
• 피고 C: 채무자 E로부터 부동산 지분을 증여받은 수익자이자 해당 토지의 공동 소유자입니다.
• 피고 D: 피고 C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 지분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전득자입니다.

분쟁 상황

미국인 A와 B는 채무자 E에게 각각 95,699,210원과 127,598,94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받을 채권이 있었습니다. 이 채권은 2021년 6월 3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E는 2014년부터 피고 C와 공동으로 부산 해운대구의 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E는 221/397 지분 C는 175/397 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는 채권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던 2020년 4월 21일 자신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위 토지 지분(221/397)을 피고 C에게 증여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이 증여 당시 해당 토지에는 이미 H조합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총 4억 6천만 원 상당의 채무를 담보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피고 C는 2021년 1월 13일 피고 D에게 채무자 E에 대한 1억 8천만 원과 피고 C 본인에 대한 1억 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채권자 A와 B는 채무자 E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유일한 재산을 증여한 것이 자신들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들은 증여가 사해행위가 아니며 자신들은 선의로 증여 및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1. 채무자 E가 자신의 부동산 지분을 피고 C에게 증여한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2.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부동산에 설정된 기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어떻게 산정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 범위를 판단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3. 피고 C와 피고 D가 채무자의 증여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선의 항변'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C와 채무자 E 사이에 2020년 4월 21일 체결된 부동산 지분 증여 계약을 취소합니다.
2. 피고 C는 채무자 E에게 이 사건 부동산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여 원래 소유 명의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3. 피고 D는 피고 C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2021년 1월 13일 마친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해야 합니다.
4. 소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재산을 증여한 행위가 채권자들에게 해가 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수익자와 전득자의 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증여 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무자에게 원상회복시키도록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사해행위 취소권: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등 채권자에게 손해가 되는 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 E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 지분을 피고 C에게 증여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되었습니다.
• 수익자와 전득자의 악의 추정: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채무자가 채권자들을 해할 의사(사해의사)로 재산을 처분했다면 그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이나 다시 그 재산을 취득한 사람(전득자)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이들(피고 C와 D)은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선의)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들이 자신들이 선의였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증여: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액이 자산액을 초과하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책임재산 산정 (민법 제368조, 제481조, 제482조 관련 법리)​:
  • 민법 제368조(공동저당과 대위)​: 여러 부동산에 공동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그 부동산들의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나누어 부담)됩니다.
  • 민법 제481조(변제자의 대위)​: 채무자를 위하여 재산을 제공한 물상보증인 등이 채무를 대신 변제했을 때 그는 원래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과 담보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습니다.
  • 민법 제482조(변제자대위의 효과)​: 변제자 대위의 효과와 그로 인한 권리 행사 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 특별한 경우의 책임재산 산정: 공동저당이 설정된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일부는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는 물상보증인이 대위변제 후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채무자 E의 부동산 지분 가액이 기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을 초과하므로 사해행위로 판단했습니다.
• 사해행위 판단 시점: 어떤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행위가 이루어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증여 이후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포함하여 책임재산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 채무자의 재산 처분 시 주의: 만약 빚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증여, 매매 등)하려 한다면 이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할 수 있는 '사해행위'로 인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유일한 재산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 채무초과 상태 판단: 본인의 채무액이 재산액보다 많다면 '채무초과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면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증여받는 사람의 주의: 채무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는 사람은 증여하는 사람이 빚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사해행위의 '수익자'로서 증여가 취소되고 재산을 돌려줘야 할 의무를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부동산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재산에도 해당됩니다.
• 근저당권 설정 시 주의: 증여받은 부동산에 다시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경우에도 만약 그 증여가 사해행위였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근저당권이 말소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사해행위 소송의 확정 판결: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법원 판결로 확정된 경우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그 채권의 존재나 범위에 대해 다시 다투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