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사기 · 노동
이 사건은 선박의 선장, 기관장, 승무원이 엔진 정비 작업 중 안전 절차를 지키지 않아 승무원의 발가락이 절단된 사고에 대한 것입니다. 선장 A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관장 B는 업무상과실치상 및 위조사서명행사 혐의로, 승무원 C는 업무상과실치상, 위조사서명행사, 사서명위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고 검사는 너무 가볍다고 항소했지만, 법원은 선장 A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원심의 양형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D사 측은 2019년 3월 11일 이 선박의 선장인 피고인 A에게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주엔진 4번 크로스헤드 베어링을 미리 분해해 둘 것을 이메일로 지시했습니다. 이 선박은 같은 날 밤 9시경 호주 멜버른 항에 입항했는데, 엔진 냉각 및 선원들의 휴식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 날 새벽 무렵에 작업을 시작해야만 지시 기한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피고인 B(기관장)와 C(승무원) 및 피해자는 2019년 3월 12일 새벽 5시 50분경 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작업 전에 필요한 위험성 평가서와 작업 허가서 작성 및 선장 결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선장 A는 작업 전에 위험성 평가서 등의 보고 및 결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나, 기관부가 절차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작업 중이던 오전 7시 10분경 피해자의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후 피고인 B는 선장 A의 지시를 받고 과거의 관행처럼 위험성 평가서와 작업 허가서를 사후에 위조하여 제출했으며, 실제 위험성 평가나 작업 관련 회의는 없었습니다.
선장 A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인정되는지, 특히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의 과실이 단순한 행정상 과실이 아닌 형사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들과 검사 모두 원심에서 선고된 형량(선장 A: 금고 2년, 집행유예 3년; 기관장 B: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승무원 C: 징역 1년 4개월, 집행유예 3년)이 부당하다며 항소하여 양형의 적정성이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첫째,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 인정에 대해 법원은 선장 A가 선박의 최고 책임자로서 D사의 작업 지시를 알고 있었고, 위험성 평가서와 작업 허가서에 대한 결재가 작업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차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선박에 승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경험한 바가 없으므로 오히려 주의를 기울여 절차 준수 여부를 주시했어야 하고, 위험성 평가의 기록 보관 및 갱신 의무, 평가 내용 검토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위험성 평가의 시행 주체가 선장인 만큼 단순 보고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은 단순히 행정적인 책임이 아니라 형사상 과실에 해당하며, A의 관리 감독 소홀이 사고 발생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못하게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 법원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 원칙에 따라 1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항소심 선고 후 피고인 A, B의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 변경을 찾을 수 없으며, 피고인 C가 항소심에서 잘못을 모두 인정했으나 그것만으로는 1심 형을 변경할 정도의 사정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의 양형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피고인 A, B, C와 검사 모두의 항소가 이유 없다고 보아,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상: 형법 제268조에 규정된 죄로, 업무상 과실로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선장 A, 기관장 B, 승무원 C는 각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보아 이 죄가 적용되었습니다. 업무상 주의의무는 직무의 내용에 따라 요구되는 조심성이나 성실성을 의미하며, 이 사건에서는 선장으로서의 안전 관리 감독 의무, 기관장으로서의 작업 절차 준수 의무 등이 해당합니다. 과실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부주의로 인해 예견하지 못했거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사서명위조 및 위조사서명행사: 형법 제239조에 규정된 죄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사사로운 서명을 위조하거나 위조된 서명을 행사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고 후 위험성 평가서와 작업 허가서에 허위로 서명을 기재하고 이를 제출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여 기관장 B와 승무원 C에게 적용되었습니다. 항소 기각: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항소가 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는 1심 법원의 양형 판단에 대한 존중 원칙(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언급하며,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1심의 재량 범위 내 양형은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선박 내 안전 관리 절차: 이 사건에서 언급된 '위험성 평가 관리 및 통제 절차서'와 같은 안전 절차서는 선원법, 선박직원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선박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각 선박 운영사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절차서는 선원들의 안전을 위한 중요한 규범적 기준이 되며, 그 준수 여부는 업무상 과실 판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선장의 위험성 평가 시행 및 감독 의무는 이러한 절차서에 명시된 책임으로, 이를 소홀히 한 경우 형사상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안전 절차 준수의 중요성: 모든 작업, 특히 위험성이 높은 작업은 반드시 정해진 안전 절차(위험성 평가, 작업 허가 등)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인 서류 작업이 아니라 작업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관리자의 책임: 관리자(선장, 팀장 등)는 부하 직원의 안전을 확보할 포괄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가집니다. 작업 지시뿐만 아니라 안전 절차 이행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감독해야 하며,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히 새로운 환경이나 직책에서는 기존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서류 작업의 실질성 확보: 위험성 평가서, 작업 허가서 등의 서류는 실제 작업 환경의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예방 조치를 담아야 합니다. 단순히 서류를 만드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실제 회의와 논의를 통해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후 사후적으로 서류를 조작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작업 환경 및 조건 고려: 작업을 지시하거나 수행할 때는 작업자의 숙련도, 피로도, 작업 시간, 장비 상태 등 모든 환경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합니다. 불리한 조건에서 작업을 강행하는 것은 사고 발생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보고 및 결재 절차의 엄수: 보고 및 결재 절차는 상위 관리자가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절차를 간과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중대한 과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