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원고는 피고가 시공하는 골조공사 현장에서 철근 공정을 담당하던 중 피고에게 전단근 자재를 공급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약 8,9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와 구두로 전단근 공급 및 대금 지급을 약정했다고 주장했으나, 피고는 그러한 약정이 없었다고 다투었습니다.
2022년 10월경부터 2023년 7월경까지 진행된 D센터 신축공사 중 골조공사 현장에서, 원고(철근 공정 팀장)는 피고(골조공사 하도급 업체)에게 필요한 전단근을 자체적으로 조달하여 총 112차례에 걸쳐 297,419개의 전단근을 공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와 개당 300원에 전단근을 공급하기로 구두 약정했다고 주장하며 총 89,225,700원의 대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이러한 구두 약정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대금 지급 의무를 부인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피고와 원고 사이에 이 사건 골조공사에 필요한 전단근 공급 및 그 대금 지급에 관한 구두 약정이 있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전단근 공급 및 대금 지급 약정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전단근 대금 89,225,700원 및 이에 대한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주장하는 물량의 전단근을 공급받아 이 사건 골조공사에 사용하였고 그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취록, 사실확인서 등 여러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지만 명확한 약정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계약의 성립과 증명의 책임이라는 민법의 기본 원칙과 관련이 깊습니다.
계약의 성립 (민법 제105조 임의규정): 계약은 일반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합니다. 구두 계약도 법적으로 유효하지만, 그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서면 계약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물품 공급 및 대금 지급 약정과 같은 계약은 당사자 간의 합의가 중요하며,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측이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 책임 (민사소송법): 민사소송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에 대해 주장을 하는 당사자가 증명 책임을 부담합니다. 이 사례에서 원고는 피고와 전단근 공급 및 대금 지급에 대한 구두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므로, 원고에게 그 약정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녹취록, 사실확인서 등의 증거들이 피고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전단근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계약의 존재를 주장하는 측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중요한 법적 원칙을 보여줍니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물품 공급 및 대금 관련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면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 구두 약정보다는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물품의 종류, 수량, 단가, 총액, 공급 시기, 대금 지급 조건 등을 명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이는 분쟁 발생 시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상세한 거래 기록 유지: 구두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도, 물품의 발주 및 공급 내역, 수량 집계표, 대금 청구서, 영수증, 관련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 모든 거래 관련 자료를 꼼꼼히 기록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원고가 제출한 전단근 물량 집계표 외에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했던 것이 패소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주요 약정 내용은 녹취 또는 증인 확보: 구두로 중요한 약정을 할 때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대화 내용을 녹취하거나, 제3의 증인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례에서처럼 녹취록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면 증거로서의 가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확인서 확보: 사실확인서를 받을 때는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작성되어야 하며, 확인자의 진술이 명확한 약정 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현장 분위기나 일반적인 거래 관행을 기재하는 것으로는 약정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