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 A씨가 주식회사 B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라는 유기용제에 노출된 후 파킨슨증후군 진단을 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질병과의 상당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씨는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TCE 단기 노출과 파킨슨증후군 발병 사이 또는 기존 질환 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씨는 2017년 2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주식회사 B에서 의료용 드릴 생산 과정 중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라는 유기용제를 직접 취급하는 세척 작업을 약 2개월간 수행했습니다. 원고는 밀폐된 공장에서 적절한 보호구나 환기 시설 없이 TCE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2017년 6월경 구음장애 쉰목소리 균형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 2017년 7월 12일경 파킨슨증후군에 대해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쳐 2019년 5월 8일, TCE 노출 기간과 질병 발생까지의 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단기간이어서 파킨슨증후군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씨는 피고의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의 파킨슨증후군 발병이 주식회사 B에서의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노출로 인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즉 TCE 노출과 파킨슨증후군 사이에 법률상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단기간의 TCE 노출이 뇌의 기질적 변화를 수반하는 파킨슨증후군(다계통위축증 소뇌형)을 유발하거나 원고가 기존에 앓고 있던 렘수면행동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의 단기 노출이 원고의 파킨슨증후군 발병이나 기존 질환인 렘수면행동장애의 진행을 촉발했다는 의학적 역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뇌의 기질적 변화까지 가져올 정도의 단기 노출 효과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며, 원고의 렘수면행동장애가 자연경과적으로 파킨슨증후군으로 이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호: 이 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말합니다. 이는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여야 하며, 재해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상당인과관계의 법리: 법원은 업무상 재해에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즉 간접적인 사실관계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TCE 노출과 파킨슨증후군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특히 단기 노출의 영향 기존 질환과의 연관성 그리고 일반적인 의학적 연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질병 발생을 주장할 경우 해당 물질의 노출 농도 기간 작업 환경 사용량 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작업환경측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노출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간접 사실을 통한 추단이라도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하므로 관련 연구나 의학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기왕증)이 업무상 질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업무가 기존 질환을 자연경과적 속도보다 현저히 악화시켰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파킨슨증후군 사이의 의학적 연관성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희귀병이 아니거나 관련 연구가 충분히 축적된 질병의 경우 인과관계 입증이 더 엄격하게 요구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