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설된 병원에 이전 병원 행정처분 승계 관련 판결

이 사건은 기존 의료급여기관의 부당 행위로 인한 업무정지 처분의 효과가, 폐업된 그 기관의 건물을 인수하여 새로 병원을 개설한 의료법인에게도 승계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새로 개설된 병원이 이전 병원과 인적·물적 조직의 동일성을 유지하지 않았으므로, 행정처분의 효과가 승계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전 병원의 행정처분을 승계받은 것으로 본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의료법인 B: 폐업한 의료기관의 건물을 넘겨받아 '엠아이병원'을 새로 개설하여 운영한 법인 (원고)
• 보건복지부장관: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및 업무정지 처분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 (피고)
• 기존 의료급여기관 E 및 그 대표자 D: 의료급여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폐업된 기존 의료급여기관과 그 운영자

분쟁 상황

기존 의료급여기관 E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의료급여 내역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 의료급여법 위반이 적발되어 2019년 6월 7일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5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 예정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 시점에 E의 대표자 D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으며, 채권자들의 제안으로 E가 있던 건물을 새로 설립될 의료법인 B(원고)에게 증여하고, 원고는 건물에 설정된 채무를 인수했습니다. 원고는 2019년 7월 19일부터 이 건물에 '엠아이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E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 진행 중 편법적인 양도·양수가 의심된다며 원고의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2020년 12월 10일 E에 50일 업무정지 처분을 확정하면서, 원고에게는 E의 처분 효과가 승계된다는 내용의 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 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만으로 이루어진 의료기관 현지조사가 적법한지 여부.
2.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기관을 양수한 자'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즉, 단순히 병원 건물만 인수한 경우에도 이전 기관의 행정처분 효과가 승계되는지 여부.
3. 만약 의료법인이 양수인에 해당하더라도, 이전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 진행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경우 처분 효과가 승계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피고(보건복지부장관)가 원고(의료법인 B)에게 2020년 12월 10일에 내린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50일 처분을 취소한다.

결론

법원은 의료급여기관 현지조사는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총괄적인 지시·감독 하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 현장 업무를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업무정지 처분 효과의 승계에 대해서는, 원고 의료법인이 이전 병원으로부터 단순히 건물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병원명, 직원, 의료진, 진료 과목, 물적 시설 등의 주요 부분이 모두 변경되어 종전 의료급여기관과의 동일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의료급여법 제28조 제6항에서 말하는 '의료급여기관을 양수한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전 의료기관 E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의 효과가 원고에게 승계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에게 내려진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이 조항은 의료급여기관이 법을 위반했을 때 1년 범위 내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법원은 이 업무정지 처분이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아닌 '의료급여기관의 영업 자체'에 대한 제재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의료급여 제도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입니다.
2. 의료급여법 제28조 제6항 (업무정지처분 효과 승계): 이 조항은 업무정지 처분의 효과가 그 의료급여기관을 '양수한 자'에게 승계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양수한 자'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단순히 병원 건물이나 일부 자산만을 넘겨받아 새로운 병원을 개설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영업의 동일성이 유지되도록 인적·물적 조직이 일체로 이전되어 기존 의료기관의 영업이 사실상 계속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승계가 인정됩니다.
3. 의료급여법 제32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18조, 국민건강보험법 제62조, 제63조 (현지조사 권한): 이 법령들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검사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하여금 그 업무를 지원하게 할 수 있음을 명시합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총괄적인 지시와 감독 하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 현지조사를 수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의료기관을 새로 개설하거나 기존 기관의 시설을 인수할 때는 이전 기관의 행정처분 이력 및 진행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2. 의료급여법상 '양수인'으로 인정되어 이전 기관의 행정처분 효과가 승계되려면, 단순히 건물이나 일부 자산만을 넘겨받는 것을 넘어 인적 구성, 진료 과목, 의료 장비, 병원명 등 의료기관의 주요 운영 요소들이 이전 기관과 동일성을 유지하며 일체로 이전되는 '영업의 포괄적 양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3. 새로운 의료기관이 이전 기관과 실질적인 동일성이 없이 완전히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된다면, 이전 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이 새로운 의료기관에 당연히 승계되지는 않습니다.
4. 현지조사 시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만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총괄적인 지시와 감독 하에 이루어졌다면 적법한 조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조사 주체와 보조 기관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