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과거 복부 수술 이력이 있는 환자가 담낭 용종으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받던 중 의료진이 수술 부위의 심한 유착에도 불구하고 개복술로 전환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을 계속하여 신정맥 손상과 심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우측 신장을 절제하게 되었고, 좌측 신장 기능도 약화되는 중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소송에서 의료 과실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약 20년 전 위·공장문합술을 받은 병력이 있는 원고는 2007년 8월 8일 담낭 용종 제거를 위해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초기에 의료진은 담낭 아래쪽 결장과 장막 등이 심하게 유착된 것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복술로 전환하지 않고 복강경으로 유착 조직을 박리했습니다. 이후 갑자기 출혈이 발생하고 원인 부위를 확인할 수 없어 지혈이 안 되자 개복술로 전환했고, 개복 후 우측 신장 부근의 정맥 혈관이 찢어져 심한 출혈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지혈이 되지 않아 우신장 절제술을 시행했으며, 원고는 현재 우측 신장이 소실되고 좌측 신장의 기능 또한 약 20~30%가량 감소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담낭 용종은 단순한 만성담낭염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원고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의료진이 복강경 담낭절제술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신정맥 손상 및 신장 절제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는지 여부와, 의료사고에서 환자 측의 과실 증명책임 완화 법리가 적절하게 적용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의료소송에서의 과실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의료과실 증명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의료진의 과실 여부와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재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은 의료행위상 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가 핵심적으로 적용됩니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원고(환자 측)가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여, 일반인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로 인한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증명되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복강경 수술 초기에 환자의 유착이 심한 것을 발견했음에도 개복술로 전환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을 계속한 과실, 또는 유착 상태가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정도였다면 수술의사의 숙련도 등 주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후복막강 중요 혈관 손상이 발생한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복강경 담낭절제술 과정에서 신정맥 손상으로 신장이 절제된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는 점도 이러한 추정의 근거가 됩니다. 원심은 이러한 증명책임 완화 법리를 오해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이를 잘못된 판단으로 보았습니다.
과거 복부 수술 병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복강경 수술 시 장기 유착 가능성이 높아 개복술 전환 및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수술 전 의료진으로부터 예상되는 합병증과 이에 대한 대응 계획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수술 방식 결정에 신중해야 합니다.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이 적절하게 개복술로 전환하는 등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해당 의료행위의 통상적인 발생 빈도, 의료진의 숙련도, 다른 유사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처럼 드문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추정할 수 있는 간접 사실들을 수집하여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에게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그 피해가 의료상의 과실 외 다른 원인으로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있다면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