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산 금괴 수입 관세 부과 취소 요청 사건

주식회사 골드앤인베스트는 스위스에서 제조된 금괴를 수입하면서 한-EFTA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스위스 원산지로 신고하고 0%의 협정세율을 적용받았습니다. 그러나 대구세관장은 스위스 관세당국의 원산지 검증 회신이 지연되거나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금괴의 원산지를 스위스로 인정하지 않고 약 13억 원 상당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회사는 이 부과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거나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금괴가 협정상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스위스 관세당국의 회신 지연이 특혜관세 배제를 막을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가산세 부과에 대해서는 회사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그 위법성을 판단했지만, 회사가 관련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아 취소 요청은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골드앤인베스트 (원고):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하며 한-EFTA FTA 협정세율 0% 적용을 주장한 회사.
• 대구세관장 (피고): 스위스산 금괴에 대해 원산지 규정 불충족 또는 회신 지연 등을 이유로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기관.
• 스위스 관세당국: 금괴의 원산지 검증에 대한 회신을 담당한 스위스 정부 기관.
• 아르고-헤라우스, 발캄비, 메탈러 테크놀러지: 원고가 수입한 금괴의 스위스 제조사들.

분쟁 상황

주식회사 골드앤인베스트는 2007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홍콩 스탠다드 은행을 통해 스위스 제조사(아르고, 발캄비, 메탈러)의 금괴를 총 29회 수입했습니다. 이 회사는 '대한민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금괴의 원산지를 스위스로 신고하고 0%의 협정세율을 적용받았습니다.

대한민국 관세청은 스위스로부터 금 수입이 급증하는 상황에 의문을 품고 2007년 9월과 12월, 2008년 6월에 걸쳐 스위스 관세당국에 금괴의 원산지 진위 검증을 요청했습니다. 스위스 관세당국은 제1차 검증 요청에 대해 2008년 3월 7일, 일부 수출자가 원산지증명서를 잘못 발행했음을 자발적으로 통지하여 '원산지 요건 불충족'으로 판단된다는 회신을 보냈습니다. 이에 대구세관장은 2008년 9월 2일, 제1금괴에 대해 관세 약 9.5억 원, 부가가치세 약 0.95억 원을 부과했습니다(가산세는 조세심판원에서 취소).

제2차 검증 요청에 대해서는 스위스 관세당국이 회신기한인 10개월 이내에 회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구세관장은 2009년 7월 29일, 제2금괴에 대해 관세 약 3.5억 원, 부가가치세 약 0.35억 원, 가산세 약 0.76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제1차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여 일부 가산세는 취소되었으나, 제2차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전심절차 없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수입한 금괴가 스위스에서 정련·주조되어 HS 6단위 세번 변경 요건을 충족하므로 스위스 원산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스위스 관세당국이 국내 소송을 이유로 회신을 지연했으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며, 나중에 번복 회신을 통해 스위스 원산지임을 인정했으므로 당초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대구세관장은 제2차 부과처분에 대한 전심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본안전 항변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금괴의 세번 변경 기준 불충족, 스위스 관세당국의 회신 지연이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점, 회신 내용이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관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가 제2차 관세 등 부과처분에 대해 필요적 전심절차(조세심판원 심판청구 등)를 거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2. 수입된 금괴가 '대한민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상의 원산지 결정 기준(HS 6단위 세번 변경 기준)을 충족하여 스위스 원산지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3. 스위스 관세당국의 원산지 검증 회신 지연 또는 회신 내용 변경이 협정에서 정한 특혜관세 배제 불가 사유인 '예외적인 경우'(exceptional circumstances)에 해당하는지 여부.
4. 스위스 관세당국의 회신이 원산지 판정에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는지 여부.
5. 제2차 가산세 부과처분에 대해 납세의무자가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및 그 하자가 당연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제2차 부과처분(관세, 부가가치세, 가산세)에 대한 원고의 취소 청구는 필요적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아 부적법하므로 각하합니다.
2. 제1차 부과처분(관세, 부가가치세) 및 제2차 부과처분 중 관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무효 확인 및 취소 청구를 기각합니다.
3.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금괴가 스위스에서 제조되었더라도 'HS 6단위 세번 변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스위스 원산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스위스 관세당국의 원산지 검증 회신 지연이나 그 후의 번복 회신이 협정에서 특혜관세를 배제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회신 내용도 원산지 판정에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고 보아 관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제2차 부과처분에 포함된 가산세에 대해서는 원고가 당시 복잡하고 불분명했던 원산지 판단 상황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으므로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가산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이 가산세 부과처분에 대해 필요적 전심절차인 조세심판 청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산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는 각하되어 사실상 부과된 가산세를 취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원고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관세법 제119조 제1항, 제120조 제2항 (전심절차의 필요성)​

   • 내용: 관세에 관한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면 관세법에 따른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 결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는 행정청이 스스로 잘못을 시정할 기회를 주고,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다만, 대법원 판례(2006. 4. 14. 선고 2005두10170 판결 등)에 따르면, 2개 이상의 행정처분이 내용상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선행 처분에 대한 전심절차를 거쳤다면 후행 처분에 대해 다시 전심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이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전심절차 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이 사건 적용: 법원은 원고가 제1처분에 대해서는 심판청구를 거쳤으나, 제2처분은 제1처분과 처분 대상(금괴 제조사), 처분 사유, 처분일 등이 달라 내용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제2처분에 대해서는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부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제2처분 취소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2. 대한민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부속서 I 제24조 제7항 (원산지 검증 및 특혜관세 배제 권한)​

   • 내용: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은 원산지 검증 요청일로부터 10개월 이내에 수출 당사국으로부터 회신이 없거나, 회신에 해당 서류의 진정성 또는 상품의 원산지를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특혜관세 적용을 배제할 권한을 가집니다. 이는 간접검증 방식을 채택한 FTA에서 수입국 관세당국이 원산지 검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통제 장치입니다. '예외적인 경우'는 수출국 관세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특정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 이 사건 적용: 법원은 스위스 관세당국이 회신 기한인 10개월 내에 회신을 보내지 않았고, 스위스 국내 소송 진행은 협정 당사국들이 예측하지 못한 특단의 사정이 아니므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스위스 관세당국의 최종 회신 내용 역시 원산지 판정의 근거가 되는 상세한 증빙 자료가 부족하여 '충분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대구세관장이 협정세율 적용을 배제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구 관세법 제50조 제1항 및 HS 품목분류 (원산지 결정 기준 - HS 6단위 세번 변경 기준)​

   • 내용: 자유무역협정에서는 물품의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세번 변경 기준'을 널리 사용합니다. 이는 비원산지 재료의 HS(통일상품명 및 부호체계) 6단위 세번(품목분류 코드)이 해당 국가에서의 제조·가공을 통해 생산된 완제품의 세번과 달라질 경우 해당 국가를 원산지국으로 인정하는 기준입니다. 이 사건 협정 부속서 I 에 따르면 금괴는 HS 6단위 세번 변경이 이루어져야 원산지 지위를 획득합니다.
   • 이 사건 적용: 법원은 수입된 금괴가 Dore금(HS 7108.12)을 정련·주조(casting)하여 규격화된 크기로 만든 잉곳(Ingot) 형태이므로, 여전히 HS 7108.12호에 분류된다고 보았습니다. 압연, 인발 등으로 만들어진 '반가공한 모양'의 금괴(HS 7108.13)와는 다르다고 보았으므로, 세번 변경이 일어나지 않아 스위스 원산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행정처분 위법성 판단 시점)​

   • 내용: 행정처분의 위법성 여부는 원칙적으로 해당 처분이 이루어졌을 때의 법령과 사실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처분 후에 법령이 변경되거나 사실 관계에 변동이 생겼더라도 이는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 이 사건 적용: 스위스 관세당국이 대구세관장의 처분 이후 일부 금괴의 원산지를 스위스로 번복 회신했으나, 법원은 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이 번복 회신이 이미 이루어진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5. 대법원 1997. 5. 16. 선고 95누14602 판결,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4두930 판결 등 (가산세 부과 요건)​

   • 내용: 세법상 가산세는 납세의무자가 법이 정한 신고, 납세 등의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했을 때 부과되는 행정상의 제재입니다. 따라서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습니다.
   • 이 사건 적용: 법원은 금괴의 원산지 판단이 복잡하고, 당시 스위스 관세당국과 스위스 법원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 등 불분명한 상태였으며, 금괴에 스위스산 인증각인이 찍혀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협정세율 적용이 아닌 기본세율을 적용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원고에게는 가산세 과소납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2처분 중 가산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세요.

1. 원산지 결정 기준의 정확한 이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특혜관세를 적용받으려면 해당 협정의 원산지 결정 기준(예: HS 6단위 세번 변경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품이 이를 충족하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제조국이 어디인지가 아니라, 비원산지 재료가 완제품으로 가공될 때 HS 품목번호가 변경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기준을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중간 공정에서 세번 변경이 일어났더라도 최종 완제품 단계에서 세번 변경이 인정되지 않으면 원산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2. 수출국 관세당국과의 적극적인 소통 및 자료 확보: 수입하려는 물품의 원산지 검증이 필요한 경우, 수출국 관세당국으로부터 원산지 판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증빙자료(원재료 리스트, 제조공정 설명 등)를 미리 확보하고, 회신이 지연되거나 내용이 불충분할 경우 적극적으로 추가 정보 제공을 요청해야 합니다.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협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3. 불복 절차의 필수적 이행: 관세 부과처분 등 행정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면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같은 필요적 전심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를 누락할 경우 법원에서 본안 심리 없이 소송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4. 가산세 부과에 대한 정당한 사유: 세관 당국이 가산세를 부과했을 때, 납세의무자가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산세는 위법한 처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그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으면 곧바로 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취소를 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