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는 약 10년간 한 식당에서 일한 직원으로 퇴직 후 식당의 실질적 운영자와 명의상 대표자에게 밀린 임금 및 퇴직금 총 1,980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명의상 대표자도 자신의 계좌를 임금 지급에 사용하도록 허락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연대 책임을 물었습니다.
한 직원이 약 10년간 일했던 식당을 그만두면서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식당의 실제 운영자와 더불어 사업자등록증상 대표자로 되어있던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 1,980만 원을 청구한 상황입니다. 직원은 실제 운영자 외에 명의상 대표자에게도 임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보아 양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식당의 명의상 대표자가 실제 운영자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자신의 계좌를 임금 지급에 사용하도록 허락한 경우 명의상 대표자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보아 근로자에게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 C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A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고 C가 원고 A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제1심 공동피고 D에 대한 청구는 D가 항소하지 않아 원고 승소로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자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는 단지 명의만 빌려준 명의상 대표자에 불과했고 원고 A 역시 실질적인 고용주가 제1심 공동피고 D임을 인정한 점, 피고 C 명의의 계좌가 임금 지급에 사용된 사실만으로는 피고 C와 원고 A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C는 원고 A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용자'를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 즉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 등 참조). 이 판결도 이러한 대법원의 법리를 따랐습니다. 명의상 대표자가 단순히 명의를 빌려주었을 뿐 근로자의 업무 내용 결정, 지휘 감독, 휴가나 근태 관리, 임금 결정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실질적인 사용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C는 식당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었기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면했습니다.
근로계약 체결 시 고용주가 누구인지 사업자등록증 확인뿐만 아니라 실제로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임금을 지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의상 대표자와 실질 운영자가 다른 경우 실질 운영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업무 지시 내용, 출퇴근 관리, 급여 명세서, 대화 기록 등)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임금이나 퇴직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와 실제 운영자가 다르더라도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맺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임금 지급 시 명의상 대표자의 계좌를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명의상 대표자가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입증하는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