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88세 간암 환자가 2차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받은 후 폐부종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환자의 자녀들(원고들)은 의료진(피고들)이 시술 과정에서 과도한 양의 색전물질을 주입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시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으며, 항소심 또한 의료진에게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88세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간세포암 환자 F가 2차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받은 지 약 17일 후 폐부종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사망한 환자의 자녀들인 원고 A, B, C는 시술을 담당한 의료진인 피고 D, E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의료진이 시술 과정에서 과도한 양의 리피오돌을 주입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폐동맥색전증을 유발했으며, 시술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료진이 경동맥 화학색전술 과정에서 환자에게 과도한 양의 색전물질인 리피오돌을 주입하거나 이를 빠른 속도로 주입하여 과실이 발생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환자의 동정맥루 등 특이사항을 고려하여 폐동맥색전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의료진이 환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시술의 위험성, 특히 폐동맥색전증 발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도한 리피오돌 주입 및 빠른 속도 주입 과실 주장에 대하여: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조치만을 정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망인의 간암은 1차 시술 후 더욱 커지고 여러 혈관을 침범한 상태였고, 20㎖의 리피오돌이 5곳의 혈관에 나누어 약 55분간 주입된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주입량이 망인의 임상적 상황과 치료 효과에 비추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과도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boluse' 기재만으로는 리피오돌이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주입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폐동맥색전증 예방 조치 미흡 과실 주장에 대하여: 동정맥루의 존재가 경동맥 화학색전술의 절대적인 금기 사항이 아니며, 간정맥 분지를 풍선으로 막는 시술은 예방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고 통상적인 임상 현장에서 시행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색전술이 미세 카테터를 이용해 혈관 5곳에 선택적으로 시행된 점도 고려하여 예방 조치 미흡으로 인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하여: 망인이 1차 색전술을 이미 받은 바 있고, 2차 색전술 전 의료진이 보호자인 원고 A에게 시술의 목적과 효과, 고령 및 전신 쇠약으로 인한 폐동맥색전증 및 사망 등의 결과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서면을 제시하며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았다고 인정했습니다. 망인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보호자에게 설명을 위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항소심 법원은 의료진의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행위의 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의사가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봅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이는 의사의 진료 행위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단순히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하여 그 중 한 가지 방법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의 간암이 진행된 상황에서 20㎖의 리피오돌 주입이 의료진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의료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응급상황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 예상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해당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28629 판결 등). 이 의무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입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였음을 고려하여 법정대리인에 해당하는 보호자(원고 A)에게 위험성을 서면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점이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고령이거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의료 시술 결정 시 가족이나 법정대리인과 의료진 간의 충분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동맥 화학색전술과 같이 중대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있는 침습적 의료 행위는 시술 전 반드시 의료진으로부터 시술의 목적, 방법, 예상 효과, 발생 가능한 위험과 합병증, 그리고 다른 치료 대안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해야 합니다.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이행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시술 동의서 등 서면 기록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경우,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과실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해당 의료 행위가 당시의 의료 수준과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비추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음을 구체적인 의학적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약물 주입량이나 시술 방법 등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에 따라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 하에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이러한 결정이 합리적인 의학적 근거와 재량을 벗어났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