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 A 주식회사는 I 주식회사로부터 대지조성공사를 도급받아 완료하였으나 공사대금 중 약 11억 5천만 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습니다. 채무자인 I 주식회사는 공사대금 미지급 상태에서 여러 필지의 토지를 피고들(B, C, D, E, F, G, H)에게 매각하는 형식으로 소유권을 이전하였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I 주식회사의 이러한 재산 처분 행위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매매계약의 취소와 재산 가액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H을 제외한 B, C, D, E, F, G과의 매매계약이 I 주식회사의 채무초과 상태를 야기하거나 심화시키는 사해행위로 인정하였고, 해당 계약들을 취소하며 피고들에게 부동산 가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H과의 계약은 I 주식회사가 당시 채무초과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사해행위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3년 6월 27일 I 주식회사로부터 강원도 횡성군의 토지 대지조성공사를 공사대금 1,994,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에 도급받아 2014년 10월 31일까지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I 주식회사는 A 주식회사에게 공사대금 중 686,000,000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1,153,528,730원을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던 I 주식회사는 이 사건 토지를 여러 필지로 분할한 뒤, 2015년 5월 12일부터 7월 7일까지 피고들(B, C, D, E, F, G, H)에게 해당 토지 소유권을 이전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I 주식회사가 자신에게 채무를 부담하는 상태에서 다른 채권자들인 피고들에게 부동산을 매매 형태로 대물변제한 것은 자신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이 매매계약들을 취소하고, 피고들에게 부동산 가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피고들은 이 매매가 사해행위가 아니며 자신들은 선의로 계약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의 I 주식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이 채권자취소권의 보호 대상인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I 주식회사가 피고들에게 부동산을 매각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I 주식회사의 '무자력' 상태(채무초과 또는 그 심화) 및 '사해의사'(채권자를 해할 의도 인식)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셋째, 부동산을 넘겨받은 피고들이 해당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선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사해행위가 인정될 경우, 부동산의 '원물 반환' 대신 '가액배상'을 명해야 하는 범위와 방법입니다.
법원은 I 주식회사와 피고 B, C, D, E, F, G 사이에 체결된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모두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은 176,701,000원, 피고 C은 420,603,800원, 피고 D는 259,023,100원, 피고 E은 210,724,940원, 피고 F은 340,126,500원, 피고 G은 232,738,000원 및 위 각 금액에 대하여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A 주식회사에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한편, 원고의 피고 G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H에 대한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I 주식회사가 원고 A 주식회사에 공사대금 채무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 B, C, D, E, F, G에게 부동산을 매매하는 형식으로 대물변제를 한 것은 I 주식회사의 재산을 감소시켜 원고를 포함한 일반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든 사해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들 피고들은 실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I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친인척 관계이거나 회사 근무자였으므로,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해당 매매계약들을 취소하고, 부동산에 다른 담보권이 설정되어 원물 반환이 어려우므로, 피고들에게 가액배상으로 부동산 시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H과의 거래 당시에는 I 주식회사가 채무초과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해당 거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 '채권자취소권' 및 관련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사해행위가 성립하려면 △채권자를 보호할 채권(피보전채권)이 존재하고 △채무자가 재산 처분으로 '무자력' 상태에 빠지거나 심화되어야 하며 △채무자에게 '사해의사'(채권자를 해할 인식을 의미하며, 고의는 아니어도 됨)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 주식회사의 공사대금 채권이 매매계약 체결 시점보다 앞서 이행기에 도달했으므로 피보전채권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I 주식회사가 피고 H을 제외한 다른 피고들과의 거래 시점에 채무초과 상태에 이르렀거나 그 상태가 심화되었다고 보았고, 실제 매매대금을 받지도 않고 대물변제 형식으로 부동산을 처분한 점 등을 고려하여 사해의사를 인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수익자)이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선의'는 수익자 자신이 증명해야 하는데, 법원은 피고들이 매매대금을 제대로 지급한 정황이 없고 I 주식회사와 특수 관계에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의 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해행위가 취소될 경우, 원칙적으로 재산이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지만, 이미 선의의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다른 담보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해당 재산의 가액을 돈으로 배상해야 합니다(가액배상).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후 선의의 제3자인 BV조합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가액배상 의무가 발생했습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가 채무를 변제받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는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만약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빚 대신 부동산이나 다른 재산으로 갚는 '대물변제'를 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에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해행위가 성립하려면 채무자가 해당 행위로 인해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거나 그 상태가 더욱 심해져야 하며, 채권자를 해칠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수익자)이 그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려면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특히 채무자와 친인척 관계이거나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악의'가 추정되어 선의를 입증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만약 사해행위가 인정되어 계약이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해당 재산이 채무자에게 다시 돌아가지만, 이미 그 재산이 다른 선의의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담보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이 그 재산의 가액만큼을 돈으로 배상해야 합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에 의심이 있다면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채권자취소권 행사를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