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유한회사 A가 피고 주식회사 B 등 5인을 상대로 아파트 상가 매매 과정에서 신탁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분양 수익을 과장하여 기망하였다며 15억 7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기망 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B으로부터 아파트 상가를 총 매매대금 80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5억 원과 중개수수료 7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이 상가는 신탁회사 I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상태였는데, 원고는 피고 B이 상가 처분 권한이 없었음에도 피고들이 신탁 사실을 숨기고 높은 분양 수익을 약속하며 원고를 속여 계약금 등을 편취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피고 E이 잔금 기일 전에 상가 전체를 선분양하여 잔금을 치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는 기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들이 상가의 신탁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상가 분양 수익을 과장하여 원고를 기망하여 계약금과 중개수수료를 편취했는지 여부 및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모하여 원고를 기망했다거나 그러한 기망으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 E의 분양 수익 관련 언급은 확정적 약속이 아닌 기대치 제시로 보았고, 원고가 신탁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기망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아래 법령들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들의 기망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법인 및 그 임직원의 연대책임을 주장하기 위해 다음 법령들을 인용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원고는 피고들의 신탁 사실 비고지 및 분양 수익 과장 약속이 기망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법 제35조 제1항 (법인의 불법행위 능력): 법인은 이사 기타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이사 기타 대표자는 이로 인하여 자기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원고는 피고 B의 대표이사인 C의 기망 행위에 대해 피고 B에게 연대책임을 물었습니다.
상법 제389조 제3항 (대표이사의 대외 관계): 이 조항은 상법 제209조 제2항(회사가 임무를 해태한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대표이사에게 준용하는 규정으로, 대표이사의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이를 근거로 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을 주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법 제210조 (발기인 등의 책임): 회사가 이사, 감사 또는 지배인 기타 사용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그 채무가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때에는 이사, 감사 또는 지배인 기타 사용인은 그 채무에 대하여 회사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원고는 피고 B이 손해배상 채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그 채무가 대표자 C, 감사 F 등의 악의(기망)로 발생했으니 이들도 B과 연대하여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망행위 및 착오에 의한 법률행위 (민법 제110조 관련 법리): 기망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 중 일방에 의한 고의적인 기망행위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그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사회통념상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법률행위를 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E의 분양 수익 언급이 확정적 약속이 아닌 기대치 제시로 해석될 뿐 확정적인 기망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며, 원고가 신탁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기망행위 및 이로 인한 착오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민법상 타인 권리 매매가 가능하므로, 매도인측의 등기부상 소유권 명의 내지 신탁등기와 관련된 사항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의 주된 동기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신탁은 개발사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므로 매수인은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통해 신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신탁된 부동산의 경우 신탁계약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매도인의 처분 권한 유무 및 처분 방식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신탁계약 특약사항에 위탁자(매도인)가 분양업무를 수행하고 분양가, 조건 등을 협의하여 결정하며, 사업손익이 위탁자에 귀속되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높은 수익률이나 선분양을 통한 잔금 충당 등 확정적이지 않은 약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나 계약서상 명시 여부를 확인하고, 과장된 설명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중개인의 설명이 단순히 기대치를 제시하는 것인지, 확정적인 약속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계약 내용에 소유권 명의나 신탁 여부와 같은 중요한 사항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추가 특약이나 서면 확인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합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회사라도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등기부 등본 확인, 신탁 계약서 내용 확인 등 기본적인 사실 관계 확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기망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은 고의적인 기망행위와 그로 인한 착오 발생, 그리고 법률행위 체결이라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성립됩니다. 단순히 신탁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기망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상대방이 소유권 등기 명의자가 아닌 경우에도 민법상 타인 권리 매매가 가능하므로,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을 정상적으로 해줄 수 있는지만 확인하고 등기 명의 자체에 대한 집착은 주된 관심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