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피고 병원에서 직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가 장천공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결국 사망한 사건입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직장내시경 검사 중 장천공을 유발한 과실, 천공 발생 후 경과관찰 및 처치 의무 해태, 그리고 전원조치를 지연한 과실을 인정하여 피고들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했습니다.
망인 M은 2022년 1월 말 허리 및 다리 통증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보존적 치료와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대변 잠혈 양성 및 헤모글로빈 수치 감소로 위장관 출혈이 의심되어 2022년 3월 2일 소화기내과에 협진이 의뢰되었고, 3월 3일 피고 I 의사에게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와 직장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중 대량의 고형 분변으로 진입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진행했으며, 검사 직후 복통이나 출혈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부터 망인은 배가 더부룩하게 불편하다고 호소했고, 밤에는 저혈압(92/40mmHg)과 고열(39.2도)이 확인되었습니다. 다음 날인 3월 4일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CRP)가 급격히 상승하고 복부 반발압통이 확인되어 복부 CT 검사를 시행한 결과 장천공이 의심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외과에 수술을 의뢰했으나 담당 전문의 부재로 응급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고, 결국 망인은 같은 날 저녁 Q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Q병원에서는 전신성 복막염과 S상 결장천공으로 진단하고 응급 수술을 시행했으나, 망인은 수술 후 패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2022년 3월 25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 병원 및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직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장천공이 유발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장천공 발생 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경과관찰과 처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망인을 응급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조치가 지연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이러한 과실들이 망인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 A에게 5,000,000원, 원고 B, C, D, E, F에게 각 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3. 26.부터 2023. 7. 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3/4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I 의사가 망인에게 직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장천공을 유발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술 후 망인의 경과를 관찰하면서 장천공을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과실과, 응급 상황에서 망인에 대한 전원조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의료진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추정된다고 보아, 피고들에게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직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환자를 경과관찰하며 전원 조치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망인에게 장천공을 유발하고 적절한 치료를 지연시키는 과실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과실은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한 위법한 행위로 인정되어 피고들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피고 학교법인 O학원은 피고 I 의사가 소속된 P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서, 피고 I 의사의 의료과실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법리: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내시경 검사 중 장천공 발생 추정, 뒤이은 의료진의 부적절한 경과관찰 및 처치, 그리고 지연된 전원 조치로 인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의료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위자료 산정: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인 위자료는 정형화된 기준이 아닌,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나이와 검사 당시의 건강 상황, 검사 경위와 결과, 의료진의 과실 내용, 망인의 가족관계 등이 고려되어 배우자에게 5,000,000원, 자녀들에게 각 4,000,000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
지연손해금: 법원은 판결에서 정한 돈에 대해 법정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사망한 다음날인 2022년 3월 26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3년 7월 18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이율을, 그 다음날부터 돈을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이율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내시경 검사 전 환자 상태의 철저한 평가: 침습적인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 전에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기저질환(예를 들어, 고령, 당뇨, 다발 뇌경색 후 상태), 그리고 발열, 혈압 저하 등 불안정한 생체징후를 매우 신중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특히 불안정한 환자에게는 우선적으로 복부CT와 같은 비침습적인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료 행위 계획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통증 호소의 한계 인식: 내시경 검사 중 또는 직후 환자가 통증을 명확히 호소하지 않더라도, 이것만으로 장천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고령 환자나 장기적으로 강력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통증 역치가 상승하여 실제 손상이 있어도 통증을 덜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시경 후 경과관찰의 중요성: 내시경 검사 후 환자에게 저혈압, 고열, 맥박 상승 등 급격한 염증 반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발열 패턴 또는 복부 불편감, 관장 처치 후 증상 악화가 보이면 즉시 장천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검사(예: 복부 CT)를 시행하는 등 적극적이고 면밀한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응급상황 시 신속한 전원 조치와 정보 공유: 장천공이 의심되거나 확인된 응급 상황에서는 지체 없이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전원 조치해야 합니다. 이때 전원되는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기록 및 관련 자료를 정확하고 충분히 전달하여, 전원된 병원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진료기록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구두로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효과적인 치료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