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개인 사업자 원고 A는 사망한 사업주 D의 남편 F이 운영하던 'E'에 물품을 공급하고 물품대금 2억 1천여만 원의 지급명령을 확정받았습니다. 이후 원고 A는 피고 주식회사 B가 F으로부터 E의 영업을 양수했거나, 피고 B가 F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라고 주장하며 피고 B에게 해당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E의 영업을 양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 B의 법인격이 부인될 만큼 F 개인의 기업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개인 사업자인 원고 A는 'E'을 운영하던 F과 물품 공급 거래를 하였고, F에게 물품대금 212,959,390원의 채무가 발생하여 지급명령이 2019년 1월 25일에 확정되었습니다. F의 가족이 관련된 주식회사 B가 2016년 11월 1일 설립되자 원고 A는 피고 B가 F으로부터 E의 영업을 양수했거나, F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라고 주장하며 피고 B에게 F의 물품대금 채무 변제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피고 B는 E과 별개의 독립된 법인이며 영업을 양수하지 않았고, 법인격 부인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B가 상호속용 영업양수인으로서 F의 물품대금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 피고 주식회사 B가 F의 채무 회피를 위해 형식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그 법인격이 부인되어 F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A가 피고 주식회사 B에게 F의 물품대금 채무를 지급하라고 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 B가 E의 영업을 양수했다고 보거나, 법인격이 부인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가 모든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상법 제42조 제1항 (상호속용 영업양수인의 책임) 이 법 조항은 어떤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상호(회사 이름)를 계속 사용하면서 영업을 넘겨받았을 때, 넘겨준 사업자의 기존 채무에 대해서도 넘겨받은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영업'이란 단순히 물건이나 장소만이 아니라, 일정한 사업 목적에 따라 체계적으로 조직된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기능을 포함합니다. 영업양수(사업을 넘겨받는 것)가 있었는지 여부는 넘겨받은 사람이 넘겨준 사람이 하던 것과 같은 사업 활동을 이어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상호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반드시 이름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핵심적인 부분(주요 부분)이 같아서 일반인들이 같은 회사로 혼동할 수 있을 정도면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채무자가 상호만 바꿔서 채무를 회피하고, 채권자가 새로운 상호를 보며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오인하여 채권을 추적하기 어렵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법인격 부인론 주식회사는 주주와는 별개로 법적인 권리 주체가 되므로, 원칙적으로 그 독립된 법인격(법인으로서의 자격)은 인정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개인이 사업을 하다가 사업 목적, 장비, 직원 등이 거의 동일한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실제로는 법인의 형태만 갖추고 있을 뿐 개인의 사업과 다름없거나, 개인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때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그 뒤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으로 한통속이고, 개인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인 위치에 있을 때, 그리고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를 회사가 부인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심하게 어긋난다고 판단될 때에는,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에 대해서도 회사에게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때는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회사로의 자산 이전 시 정당한 대가 지불 여부, 자산 유용 정도, 회사의 채무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사업의 주체가 변경되었을 때, 단순히 일부 자산이나 직원이 겹치는 것만으로는 영업양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기존 사업의 본질적인 기능인 생산 설비, 거래처, 기술, 영업 노하우 등 유기적인 일체가 포괄적으로 넘겨져 이전 사업과 동일한 사업 활동이 계속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영업양도 계약서나 채무 승계 통보 같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인정받기 더욱 어렵습니다. 상호를 통해 영업의 동일성을 주장하려면, 새로운 상호가 기존 상호의 '주요 부분'을 포함하여 일반인이 동일한 영업 주체로 혼동할 만큼 유사해야 합니다. 단순히 영문 이니셜을 거꾸로 하거나 일부 연관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상호속용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개인 사업자가 법인을 설립하여 기존 채무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의심될 경우, 법인격 부인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인정받으려면 회사가 실질적으로 개인의 '껍데기'에 불과하며, 개인과 회사의 자산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개인의 자산 변동이나 회사 설립 목적, 운영 방식 등을 통해 채무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가족 관계나 사무실 인접, 일부 채무 대납 등의 정황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채무 관계 발생 시, 채무자가 법인 형태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인을 설립할 경우, 채무의 귀속 주체를 명확히 하고 새로운 법인에 대한 채무 변제 독촉 내용을 내용증명 우편 등으로 발송하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무 확정 후 장기간 동안 새로운 법인에게 채무 변제를 독촉하지 않은 사실은 채무 승계 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 주체와 거래를 시작할 때는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채무 승계 여부 등을 명확히 확인하고, 거래 명세 및 대금 지급 시 '적요란' 등을 통해 누구의 채무를 누구에게 지급하는지 분명히 구분하여 기록해야 합니다. 피고가 F의 채무를 대납할 때 'E'으로 구분한 점이 피고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사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