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재개발조합이 시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한 상황에서, 기존 시공사가 여전히 자신에게 시공사 지위가 있음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조합의 계약 해지 통보가 민법 제673조에 따른 적법한 해제 의사표시로 유효하다고 보았고, 이미 새로운 시공사가 선정되어 신뢰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기존 시공자의 지위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에 불과하며 분쟁 해결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했습니다.
B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19년 5월 A 주식회사와 아파트 신축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0년 8월경 이주가 마무리되면서 A 주식회사는 공사비 약 117억 원의 증액을 요구하는 등 공사계약 변경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은 여러 차례 회의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증액, 미분양 대책비, 공사비 상환 방식 등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에 B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21년 3월 임시총회를 통해 기존 도급계약 해지와 표준사업약정 해지, 그리고 시공사 손해배상 사전 결의를 의결하고 A 주식회사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B구역 조합은 2021년 3월 새로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고, 2021년 5월 E 주식회사를 새로운 시공자로 선정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해제 통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며 공사방해금지, 입찰절차진행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여전히 자신이 시공자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사업 부지 인도를 거부했고, 이에 B구역 조합이 점유를 개시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 주식회사는 B구역 조합을 상대로 자신이 여전히 사업의 시공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개발조합이 기존 시공사에 대한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한 통보가 유효한지 여부와, 해지 통보의 유효성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 시공사가 시공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에 법률상 이익, 즉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가 제기한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를 각하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조합의 계약 해지 통보가 민법 제673조에 따른 도급인의 임의해제권 행사로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미 조합과 새로운 시공사 E 주식회사 사이에 새로운 도급계약 추진 등 신뢰관계가 회복 불능할 정도로 파탄되어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시공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것은 현재의 분쟁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표준사업약정 내용이 피고 조합의 해제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고, 조합원 총회에서 손해배상액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함께 해제 의결이 이루어져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 또한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673조 (도급인의 해제권):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도급인(재개발조합)이 수급인(시공사)의 채무불이행이 없더라도, 사업의 필요나 편의에 따라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피고 조합이 임시총회에서 계약 해지와 함께 시공사 손해배상 사전 결의를 한 점 등을 근거로 민법 제673조에 따른 적법한 해제 의사표시로 보았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13호 및 시행령 제42조 제1항 제4호 (총회 의결 사항): 도시정비법은 재개발조합의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들은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45조 제1항 제13호는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 제42조 제1항 제4호는 '정비사업비의 사용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시공사 계약 해제로 인해 조합이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되면 이는 정비사업비의 변경을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총회 의결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피고 조합이 2021년 3월 임시총회에서 해제와 손해배상 사전 결의를 하고, 2021년 5월 정기총회에서 '손해배상 등' 명목으로 100억 원의 사업비 내역이 포함된 예산안을 의결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인의 소의 '확인의 이익':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허용됩니다.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을 구하는 경우에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만 확인의 이익이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이미 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여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신뢰관계가 파탄된 상태에서, 기존 시공자가 과거의 시공자 지위 확인만을 구하는 것은 현재의 법적 분쟁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어 소송이 각하되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및 계약 해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므로,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 202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춘천지방법원원주지원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