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임신 25주차였던 원고 A는 자동차 문에 왼손 넷째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로 피고 의료법인 C이 운영하는 E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피고 D 의사로부터 손가락 봉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원고 A는 손가락 통증 및 괴사가 진행되었고, 결국 다른 병원에서 왼손 넷째 손가락의 1.5마디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부적절한 항생제 처방, 미흡한 검사 및 처치, 감염예방조치 미흡)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손가락 절단이라는 장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임신부인 원고 A에게 손상 후 괴사 가능성 등 중요한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들에게 원고 A에게 10,000,000원의 위자료를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원고 A의 남편인 원고 B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9월 8일 자동차 뒷문에 왼손 넷째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하여 임신 25주차의 몸으로 피고 의료법인 C이 운영하는 E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같은 날 피고 D 의사로부터 손가락 봉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며칠 동안 외래 진료를 받으며 소독했으나, 9월 17일부터 손가락 통증이 발생하여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때 피고 D은 손톱 밑 농양과 화농성 물집을 확인하고 제거 처치를 했습니다.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9월 19일 다른 병원(F병원) 응급실을 방문했고, 그 결과 환부 괴사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손가락을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국 같은 날 왼손 넷째 손가락 첫마디를 절단하는 1차 수술을 받았고, 9월 21일 추가로 0.5마디를 절단하는 2차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E병원 의료진이 임신부인 원고 A에게 부적절한 처치를 했고, 손가락 괴사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료법인 C과 피고 D이 공동하여 원고 A에게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나머지 손해배상 청구(치료비, 일실수입 등)와 원고 B의 위자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원고 A가 임신부였음을 고려했을 때, 1차 봉합술과 항생제 미처방 및 경과 관찰은 당시 의료 수준과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적절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손가락 괴사가 감염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압궤 손상으로 인한 점진적 괴사의 가능성이 더 크며, 피고 병원의 처치 지연이 절단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D이 임신부인 원고 A의 손상 부위가 괴사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 A의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 A에게 위자료 10,000,000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 본인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 대한 것이므로, 원고 A의 남편인 원고 B까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B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의료상 과실 관련 법리: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함에 있어 당시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따라 최선을 다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만약 의료진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의료상 과실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D 의사가 임신부인 원고 A에게 시행한 1차 봉합술과 항생제 미처방, 경과 관찰은 당시 의료 상황과 원고 A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적절했으며, 손가락 괴사가 의료진의 지연된 처치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나쁜 의료 결과가 의료과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의료 행위의 적정성은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임상적 판단을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설명의무 위반 관련 법리: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과 같이 중대한 침습을 가하는 의료 행위를 할 경우, 응급상황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다른 치료 대안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그 의료 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참고 판례: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임신부인 원고 A의 손상 특성상 1차 봉합술 이후 괴사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피고 D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의료 행위 전 충분한 설명 요구: 중대한 수술이나 침습적 의료 행위 전에는 담당 의료진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 가능한 위험과 부작용, 다른 치료 대안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임신이나 기저 질환 등 환자의 특이사항이 있다면, 이에 따른 위험성이나 고려 사항에 대해 더욱 상세히 문의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 변화 시 적극적인 소통: 수술이나 치료 후 통증이 지속되거나 예상치 못한 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리고 추가적인 검사나 적절한 처치를 요청해야 합니다. 조기 발견과 대처가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의 구분: 모든 의료 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과실은 당시의 의료 수준과 의학적 판단에 비추어 의료진의 처치가 적절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경우(설명의무 위반)는 의료과실과 별개로 위자료 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위자료 청구 한계: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는 원칙적으로 해당 의료 행위를 받은 환자 본인에게 인정됩니다. 환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까지 곧바로 위자료로 인정되는 경우는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