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행정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여 유죄 판결을 받은 원고에게 세무서장이 수십억 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처분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도박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계좌의 거래 내용이나 사용 시기가 도박사이트 운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된 특수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금액은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세금 부과 처분 중 일부를 취소했습니다.
원고 A는 2013년 5월경부터 중국 청도에 사무실을 두고 'D'라는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도박공간을 개설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개장)죄 등으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 쟁점계좌 85개에 입금된 약 1,260억 원을 도금액으로 인정받아 징역 2년 8개월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도금액을 약 1,260억 7천만 원으로 정정하고 부가가치세 포탈세액 계산 후 국세청장에게 고발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광주지방국세청의 조사를 거쳐 피고 해남세무서장은 쟁점금액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으로 삼아 원고에게 2013년 1기부터 2015년 2기까지의 부가가치세 약 285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도박에 이용된 돈은 조세 부과 대상이 아니며, 쟁점계좌 중 일부는 도박 사이트 운영과 무관하거나 다른 사이트에서 사용된 것이므로 공급대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사설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수익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형사 판결에서 도금액으로 인정된 모든 계좌의 금액이 부가가치세법상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대가'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일부 계좌가 사설 도박사이트 운영과 무관하게 사용되었거나 다른 도박 사이트에서 사용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법원이 얼마나 받아들일지가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해남세무서장이 2019년 11월 11일 원고에 대하여 한 각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중 별지1 '정당세액'란 기재 금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주장하는 일부 계좌의 금액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을 취소했으나, 대부분의 금액에 대한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70%, 피고가 30%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사설 도박사이트 운영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도박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받는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나 형사 판결에서 인정된 도금액이라 하더라도 계좌 사용 시기, 거래 내역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명백히 도박 서비스 제공과 무관하다고 판단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는 불법적인 수익이라 할지라도 세법 적용에 있어서는 각 계좌의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사건은 부가가치세법의 적용과 형사 판결의 효력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부가가치세법상 과세대상 여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되거나 제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입니다. 원칙적으로 도박 행위는 부가가치 창출로 보지 않아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2017. 4. 7. 선고 2016도19704 판결 등)에 따르면 '도박 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고객들에게 도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서 금전을 지급받는 경우', 이는 사행성을 조장하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해당하므로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운영한 사설 도박사이트가 이용자들에게 도박 참여 기회를 제공한 대가로 금전을 받았으므로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형사 판결의 사실 인정 효력: 민사소송이나 세무소송에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법적으로 구속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 판결의 인정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는 한 배척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1987. 5. 26. 선고 85누351 판결 등)입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형사 사건에서 충전 계좌 여부와 도금액을 다투었고, 항소심에서 특정 계좌들(쟁점계좌)만이 충전 계좌로 인정되어 도금액이 확정되었으므로, 법원은 원고가 이 소송에서 추가로 충전 계좌 여부를 다투는 부분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 판결과 다르게 사실 인정을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3. 과세표준 산정 시 공급대가 범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 즉 공급가액으로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형사 판결에서 인정된 도금액이 부가가치세법상 '공급 대가'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형사 판결의 사실 인정을 존중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금액을 공급 대가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법리와 사실 관계를 종합하여, 법원은 원고의 주장 중 일부를 받아들여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의 일부를 취소했습니다.
불법적인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수익이라 할지라도, 고객에게 도박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경우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형사 판결에서 인정된 도금액이라 할지라도, 개별 계좌의 거래내역이나 사용 시기, 계좌의 실제 용도(충전 계좌, 환전 계좌, 개인 용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해당 금액이 도박 서비스 제공 대가와 무관함을 입증할 수 있다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여지가 있습니다. 세무 당국의 과세 처분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를 거쳤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세 처분과 관련하여 형사 판결의 사실 인정은 강력한 증거가 되지만, 민사나 세무 소송에서 반드시 형사 판결의 모든 사실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재판에서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