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 사기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고 위조된 문서를 행사한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미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인력공급회사를 통해 채권추심 업무를 하는 회사에 채용되어 합법적인 업무라고 생각하고 지시에 따랐을 뿐, 보이스피싱 범행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공동가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해자 B의 배상명령 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12월경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인력공급회사에 고용된 후, 채권 추심 업무를 하는 회사에 파견되어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을 수거하면 월급 300만 원과 별도의 비용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2020년 12월 18일부터 29일까지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대출 완납 증명서'나 '일부 완납 증명서' 등의 위조된 문서를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고, 피해자 F, M, N, O, B, AL로부터 총 89,243,000원의 현금을 수거했습니다. 또한 피해자 AI로부터 6,150,000원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모든 과정을 정상적인 채권 추심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으며, 검사는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과의 공모 범행으로 보고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A가 자신이 하는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미필적 고의), 즉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사기, 사문서위조 등의 범행을 저지를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조직원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했다고 주장했으나, 피고인은 정상적인 채권 추심 업무라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며,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각하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범죄를 저지를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합법적인 채권 추심 업무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신분을 숨기려는 노력이 없었고, 이전에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이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과 형법, 그리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었습니다.
1. 미필적 고의 (범죄의 주관적 요소) 미필적 고의란 범죄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지하고 이를 용인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공모공동정범 (공범 관계)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를 저지를 의사의 결합이 있으면 직접 실행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공동정범으로서 형사 책임을 집니다. 공모 사실은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직접 증명이 어려울 경우 간접 사실이나 정황 사실을 통해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범행을 함께 계획할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3.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이 조항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거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을 때 적용됩니다.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증거가 부족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4.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 요지의 공시) 이 조항은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유죄 또는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도록 합니다.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사회적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무죄 판결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했습니다.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5조 제3항 (배상명령 신청의 각하) 이 법률은 형사 사건의 피해자가 신속하게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배상명령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거나,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기 때문에 피해자 B의 배상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각하되었습니다.
고액의 현금을 직접 수거하거나 전달하는 업무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채용 과정에서 인력공급회사나 파견될 회사의 실체를 정확히 확인하고, 업무 내용이 모호하거나 수상한 점이 있다면 즉시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대출 완납 증명서'나 '일부 완납 증명서'와 같은 공신력 있는 서류를 일반인이 임의로 출력하여 전달하는 업무는 정상적인 금융 거래 방식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신용 등급이 낮거나 기존 대출이 많다는 이유로 현금 상환을 유도하거나, 저금리 대출 전환을 명목으로 기존 대출금의 현금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는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자신의 신원을 숨기려 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