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분만제 부작용 미설명으로 인한 임산부 사망 위자료 사건

피고 병원에서 유도분만제를 투약받은 임산부가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하고 태아는 뇌손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진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고 유도분만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만을 인정하여 망인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사망한 임산부 E의 배우자 A, 사망한 임산부 E의 미성년 자녀 B(법정대리인 A)
• 피고들: H 병원 운영자 C, H 병원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 D
• 망인: 출산 중 사망한 임산부 E

분쟁 상황

임신 39주차 임산부 E는 출산 예정일이 지난 2018년 10월 31일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유도분만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날 오전 7시 50분경 유도분만제인 프로페스질서방정을 투약받았으나, 이 약물의 구체적인 효능이나 양수색전증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습니다. 이후 분만 과정에서 망인은 호흡곤란 및 심정지 증상을 보이다 같은 날 오후 8시 23분경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태아였던 원고 B는 뇌의 허혈성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 A와 자녀 B는 피고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임산부 유도분만 시 투여된 약물의 부작용(양수색전증)에 대해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 A에게 1,200만 원, 원고 B에게 800만 원을 지급하라.
2. 위 금액에 대해 2018년 10월 31일(불법행위일)부터 2022년 9월 29일(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이자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라.
3.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진료비, 장례비, 일실수입 등)는 모두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들이, 10%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결론

피고 병원과 담당 의사는 유도분만제 투약 전 중대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책임이 인정되어 위자료를 지급하게 되었으나, 다른 진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아 원고들의 전체 청구 중 일부인 위자료 청구만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설명의무 및 자기결정권 침해: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에 필요한 약물 투여나 수술 전에 질환의 증상, 치료 방법, 필요성, 예후, 그리고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투약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의사가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않고 환자의 동의 없이 침습적인 의료 행위를 했다면, 설령 치료 과정에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가 됩니다(대법원 2002다27449 판결).
2. 설명의무 위반과 손해배상: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가 중대한 피해를 입은 경우, 모든 손해(예: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를 청구하려면 중대한 결과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환자 측에서 설명 부족으로 인해 치료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라면, 설명이 부족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충분하며, 만약 설명을 들었더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습니다(대법원 2002다48443 판결). 본 사건에서는 망인의 사망 원인인 양수색전증과 유도분만제 사용의 직접적인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물 상세정보에 양수색전증이 부작용으로 명시되어 있고 드물지만 발생 가능성을 알려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있었으므로, 의사에게 설명의무가 있다고 판단되어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
3. 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50조)​: 피고 D는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피고 C은 피고 D의 사용자(고용주)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피고 D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4. 상속 (민법 제1000조, 제1003조)​: 망인의 위자료 청구권은 그 배우자(원고 A)와 자녀(원고 B)에게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상속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배우자 A가 3/5, 자녀 B가 2/5를 상속받았습니다.
5. 지연손해금 (민법 제379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에는 불법행위 발생일(이 사건에서는 약물 투약일)로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연 5%의 이자가,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이자가 가산됩니다.

참고 사항

1. 의료 시술이나 약물 투여 전에는 의료진에게 예상되는 부작용, 대체 치료 방법, 발생 가능한 위험 등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고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치명적인 부작용이 언급된 경우에는 더욱 세심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2.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 설명을 들었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의무기록 사본, 약물 처방 기록, 동의서 등 모든 의료 관련 문서를 잘 보관하여 향후 분쟁 발생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 유도분만제 등 특정 약물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언급된 중대한 부작용이 환자에게 설명되지 않았고 실제 그 부작용으로 인한 결과가 발생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