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 기타 가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의 부부가 공동으로 모은 돈으로 남편이 상의 없이 본국에 있는 아버지의 집을 사준 것에 아내가 화가 나 남편에게 집을 나가라고 한 사건입니다. 이후 장기간 별거하며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재산분할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아내가 남편에게 집을 나가라고 한 행위나 이후의 별거가 민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G국 국적의 부부로 2016년 G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며 생활했습니다. 2021년 4월, 원고는 G국으로 출국하여 약 3개월간 머물며 자신의 아버지 병간호를 하고, 피고와 공동으로 모은 금원 1천만 원 상당을 사용하여 아버지의 주택을 구입한 뒤 2021년 7월 대한민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자신과 상의 없이 공동 재산을 사용하여 아버지의 집을 사준 것에 크게 화가 났고, 같은 날 원고에게 거주지에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집에서 나와 생활하며 장기간 별거하게 되자 피고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 부부의 이혼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가지는지 여부. 둘째, 이혼 시 적용할 법률(준거법)이 어느 나라 법인지 여부. 셋째, 피고(아내)가 원고(남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한 행위와 그로 인한 별거가 대한민국 민법상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 이혼 사유인지 여부.
법원은 원고(남편)의 이혼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이혼 청구를 전제로 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또한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대한민국에 주소와 상거소를 두고 생활하며 이혼 사유가 된 사건 또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점을 들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국제사법의 반정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 민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와 상의 없이 공동 재산으로 아버지 집을 구입한 것에 화가 난 피고가 부부싸움 도중 원고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한 행위가 민법에서 정한 '심히 부당한 대우'나 '혼인 파탄에 이르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원고 역시 별거 이후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대한민국 법원이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부부가 대한민국에 주소와 상거소를 두고 생활했고 이혼 사유가 된 사건도 대한민국에서 발생했기에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권이 인정되었습니다. 둘째, 국제사법 제39조 본문 및 제37조는 이혼에 대한 준거법으로 부부의 동일한 본국법을 제1순위로 적용하도록 합니다. 이에 따라 G국 혼인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했지만, G국의 섭외민사관계법률적용법 제27조가 '재판상 이혼은 법정지법(소송이 제기된 법원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셋째, 국제사법 제9조 제1항(반정 규정)에 따라 외국의 국제사법이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경우 대한민국 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G국 법이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민법이 이 사건 이혼의 준거법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넷째,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법원은 혼인관계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 학대, 모욕 등을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히 부부싸움 중 감정적으로 집을 나가라고 한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은 부부간 애정과 신뢰가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고 혼인 생활의 계속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집을 나가라고 한 행위와 그로 인한 별거가 곧바로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 역시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국제 결혼 부부라도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생활 근거지가 있고 분쟁 내용이 대한민국과 관련이 있다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관할권을 가질 수 있으며 대한민국 법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부부 공동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부부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배우자와 상의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부부싸움 중 배우자에게 집을 나가라고 한 행위나 일시적인 별거만으로는 민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인 '심히 부당한 대우'나 '혼인 파탄에 이르는 중대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혼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혼인 관계의 본질적인 신뢰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났다고 볼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의 폭력, 학대, 모욕 등이 있거나 부부 공동 생활이 완전히 해체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여야 합니다. 이혼을 주장하는 배우자도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여부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