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재개발
서울 은평구청이 건축법상 대지 소유권 확보 예외 규정을 잘못 해석하여 다른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 없이 건축 허가를 내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된 사건입니다. 건축주는 건물이 노후화되어 신축하려 했으나 인접한 타인 소유의 작은 토지에 대한 동의를 받지 못했고 법원은 해당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F 주식회사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자신 소유의 토지 외에 원고들 공동 소유의 작은 H 토지에도 걸쳐 있던 노후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기 위해 건축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청은 2022년 10월 14일 건축법 제11조 제1항 및 제11항 제2호에 따라 이를 허가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자신들 소유 토지에 대한 동의 없이 허가가 난 것에 반발하여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F 주식회사는 원고들의 토지를 1981년부터 점유하여 2001년 12월 30일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고 원고들이 시가의 5배에 달하는 7억 5,000만 원이라는 비정상적인 고가를 요구하며 소송을 내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건축 허가 시 대지 소유권 확보 예외 규정인 건축법 제11조 제11항 단서 제2호의 '해당 대지의 공유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건축주의 원고들 소유 토지에 대한 점유취득시효 주장이 타당한지, 그리고 원고들의 소 제기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위법한 건축 허가를 취소하지 않고 유지하는 '사정판결'을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서울 은평구청이 F 주식회사에 내린 건축 허가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해당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또한 F 주식회사의 권리남용 주장과 사정판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토지 소유주들의 동의가 건축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건축 허가는 취소되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건축 허가와 관련한 여러 법률 및 법리가 복합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건축법 제11조 제1항 (건축허가): 건물을 새로 짓거나 크게 고치려면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건물의 안전과 도시계획 질서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절차입니다.
건축법 제11조 제11항 (대지 소유권 확보 원칙 및 예외):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건축하려는 땅의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낡거나 안전 문제가 있는 건물을 새로 짓거나 고칠 때 '건축물 및 해당 대지의 공유자' 수의 80% 이상 동의를 받고 그 동의한 공유자의 지분 합계도 전체 지분의 80% 이상이면 소유권을 모두 확보하지 않아도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11항 단서 제2호).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이 조항의 '공유자'를 민법상 공유자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하나의 필지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필지를 각각 소유한 사람들은 이 조항에서 말하는 '공유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1호 (대지의 정의): '대지'는 지적도상 하나의 필지로 나눈 토지를 말하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두 필지 이상을 하나의 대지로 합치거나 필지 일부를 하나의 대지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여러 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보더라도 각 필지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에는 건축법 제11조 제11항 단서 제2호의 '공유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권리남용 금지 원칙: 민법상 자신의 권리라 하더라도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해 행사하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 그리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그 권리 행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을 쉽게 권리남용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사정판결: 행정처분이 위법할 경우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극히 예외적으로 그 위법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공공복리에 현저히 적합하지 않을 때 법원이 해당 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유지시키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건축주의 사적인 손해나 공익 침해 주장이 사정판결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건축 허가를 받을 때는 건축하려는 대지의 소유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대지 전체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건축법 예외 규정에 따라 '해당 대지의 공유자' 수와 그 지분 합계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공유자'는 민법상의 공유자를 의미하며 인접한 다른 필지의 소유자들은 '공유자'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러 필지를 합쳐 하나의 대지로 건축하더라도 각 필지의 소유자가 다르다면 이 규정의 '공유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토지를 장기간 점유했다고 해서 바로 취득시효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재판에서 그 요건 충족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건축주는 주변 토지 소유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얻는 노력을 해야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권리 행사가 단순히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권리남용으로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위법한 행정처분이라도 공공복리에 현저히 부적합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취소하지 않는 '사정판결'을 내리므로 그 적용은 매우 엄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