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주식회사 D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 1억 3,600만 원을 가지고 있었고 D의 대표이사 C는 이 채무를 연대보증하였습니다. 한편 피고 B와 C는 2021년 9월 15일 이전에 6억 9천여만 원의 차용증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 각 부동산은 C와 B가 절반씩 소유하던 것으로 2023년 2월 9일 C는 B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일부 지분을 대물변제 계약을 통해 소유권이전등기 해주었습니다. 원고 A는 이 대물변제 계약이 연대보증채권자인 자신을 비롯한 C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계약 취소 및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였습니다.
원고 A는 D에게 받을 공사대금 빚이 있었고 D의 대표 C가 이 빚을 대신 갚겠다고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그런데 연대보증 채무가 발생한 시점과 거의 동시에 C가 그 소유의 부동산 일부를 피고 B에게 빚 대신 넘겨주었습니다. 원고 A는 C가 자신의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부동산을 빼돌렸다고 보고, 이 계약이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는 C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적법하게 부동산을 이전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채무자인 C의 부동산 처분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불법적인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한 채무 변제 행위인지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C가 피고 B에게 자신의 부동산 지분을 이전해 준 대물변제 계약이 원고 A를 포함한 일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히 사해행위 판단의 기준 시점을 대물변제 계약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이보다 앞선 대물변제예약일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가 2021년 9월 15일 작성된 차용증에 포함된 대물변제예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대물변제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사해행위 여부는 대물변제예약 시점인 2021년 9월 15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원고 A의 C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은 대물변제예약일보다 뒤인 2023년 2월 9일에 발생하였으므로, 이 채권은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관한 민법 제406조와 관련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에 따라 채권자취소권이 성립하려면 다음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 판결에서는 대물변제예약에 기한 사해행위 판단 기준 시점에 대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9257 판결)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판례에 따르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대물변제가 이루어진 경우, 사해행위 요건의 충족 여부는 대물변제예약이 성립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인지 여부는 해당 행위의 '기준 시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물변제(빚 대신 물건으로 갚는 것)의 경우, 단순히 재산이 넘어간 날짜가 아니라 그 이전에 대물변제를 하기로 미리 약속한 '대물변제예약'이 있었다면, 사해행위 판단은 그 예약이 이루어진 날짜를 기준으로 합니다. 따라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내가 보호하려는 채권(피보전채권)이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또는 그 기초가 된 예약)가 이루어진 시점보다 먼저 존재했어야 합니다. 나중에 발생한 채권으로는 과거의 재산 처분 행위를 사해행위로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면, 돈을 빌려주고 갚기로 한 계약서, 대물변제를 약속한 서류 등 모든 관련 계약서와 재산 이전 등기 날짜를 면밀히 확인하여 채권의 발생 시점과 재산 처분 행위의 기준 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