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과 정비업체 계약 해지 및 미지급 용역대금 분쟁 판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인 원고 주식회사 A는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인 피고 B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피고가 부당하게 용역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미지급된 용역대금과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계약이 애초에 무효이거나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계약 체결 당시 일부 무효 사유가 있었으나, 피고 조합이 총회 결의로 이를 유효하게 추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주장한 계약 해지 사유들(신뢰관계 파탄, 민법상 위임계약 해지)은 인정되지 않아, 피고의 계약 해지 통보가 부당한 이행 거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미지급 기성 용역대금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영위하며 피고 조합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
• 피고: B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서울 중구 C 일대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며 원고와의 용역계약을 해지 통보한 조합)
• 이 사건 추진위원회: 피고 조합의 전신으로 원고와 최초 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체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서 B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전신인 추진위원회와 2016년 7월 4일 정비사업 전반에 걸친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조합은 2017년과 2018년 정기총회에서 원고에 대한 용역비 예산안을 승인하고 계약 체결 내역을 추인했으며, 2018년 11월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조합은 2021년 4월과 11월에 걸쳐 원고의 업무 부실, 시공자 선정 과정의 문제, 용역비 과다 청구, 국·공유지 매수 업무 해태 등을 이유로 용역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조합의 해지 통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용역대금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합은 용역계약이 입찰 절차 하자 및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 위반으로 무효이며, 설령 유효하더라도 원고의 귀책 사유로 인한 신뢰관계 파탄이나 민법상 위임계약의 자유 해지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핵심 쟁점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체결된 정비사업전문관리 용역계약의 무효 여부 및 이후 설립된 조합의 추인 효력 여부,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신뢰관계 파탄 여부, 민법상 위임계약 해지 조항 적용 여부), 계약이 부당하게 해지되었을 경우 업체에 지급해야 할 미지급 기성 용역대금 및 손해배상금의 액수 산정

법원의 판단

피고 조합은 원고 주식회사 A에게 162,226,087원 및 그중 129,482,598원에 대하여는 2024년 5월 18일부터, 32,743,489원에 대하여는 2023년 3월 7일부터 2024년 6월 13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10%,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전문관리업체와 체결한 용역계약 중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부분은 원래 무효였으나, 조합 총회의 결의로 유효하게 추인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조합이 계약 해지 사유로 내세운 신뢰관계 파탄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고, 민법상 위임계약의 자유로운 해지 조항도 해당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조합의 계약 해지 통보를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전문관리업체에게 미지급된 기성 용역대금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이행이익)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은 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과 '민법'의 관련 규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계약 당시 시행 법률)​

•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 제한 (제13조 제1항, 제2항, 제14조 제1항, 제24조 제3항 제7호)​: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조합이 설립되어야 하고, 조합 설립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추진위원회가 구성됩니다. 추진위원회는 조합을 설립하고 인가받는 데 필요한 정도의 기능과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은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 하나로 명시되어 있으나, 이는 추진위원회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범위로 제한됩니다. 특히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은 조합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어, 이들이 조합원에게 미치는 경제적·법률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요구합니다.
• 강행규정 위반의 무효 (제14조)​: 추진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14조는 강행규정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추진위원회가 이 규정을 위반하여 업무 범위를 넘어서 조합의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민법상 위임 규정 준용 (제71조)​: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의 관계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 민법

• 위임계약의 해지 (제689조 제1항, 제2항)​: 민법상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임의규정입니다. 그러나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그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용역계약서에는 해지 사유와 절차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계약 당사자 간의 신뢰와 기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민법 제689조가 아닌 계약서상의 해지 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 수임인의 보수 청구권 (제686조 제2항 단서, 제3항)​: 위임계약이 도중에 종료된 경우,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임인에게 일부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위임인은 수임인이 처리한 사무의 정도와 난이도, 노력, 처리된 사무에 대한 위임인의 이익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3. 채무불이행 및 손해배상 원칙

• 이행이익 배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계약 이행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을 배상해야 합니다. 신뢰이익(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도 청구할 수 있으나, 이행이익을 초과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부당한 해지 통보가 채무불이행으로 인정되어, 원고는 미지급 기성 용역대금과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 확인: 재개발·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 내에서만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 조합의 업무까지 포함하는 계약은 나중에 무효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 조합 총회 추인의 중요성: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체결된 계약에 법률상 무효 사유가 있더라도, 조합 설립 후 조합 총회에서 해당 계약을 명확하게 유효하다고 인정(추인)하는 결의를 하면 그 계약은 유효하게 됩니다. 이때 추인 당시 계약의 무효 사유를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3. 계약 해지 사유 및 절차 확인: 계속적인 계약, 특히 정비사업 전문관리 용역계약과 같이 당사자 간 신뢰가 중요한 계약은 해지 사유와 절차를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 해지 사유가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다면, 민법상 위임 계약의 자유로운 해지 조항(민법 제689조)이 적용되지 않고 계약서상의 해지 사유에 의해서만 해지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4. 신뢰관계 파탄의 입증 책임: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당사자는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뢰관계 파탄 사유가 발생했음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업무 수행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정도로는 신뢰관계 파탄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5. 기성 용역대금 및 손해배상 산정: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이미 수행된 용역 업무에 대한 기성 용역대금은 지급되어야 하며,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귀책 사유가 있는 당사자는 상대방이 계약 이행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이행이익)을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성율과 영업이익률 등은 감정 결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