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대한민국(원고)은 A 주식회사(피고)가 발행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을 매수했으나, A 주식회사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약 2조 원대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러 재무제표를 허위로 공시하고 B회계법인(피고)이 이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고 '적정의견'을 표명한 사실이 드러나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분식회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A 주식회사의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폭락했고, 이후 원고는 회사채 및 기업어음 일부를 출자전환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 채무재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은 A 주식회사와 전 대표이사 C, 전 재무총괄부사장 D, 그리고 B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행위로 인해 원고가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증권을 취득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고, A, C, D에게 공동하여 11,025,221,008원을, B회계법인에게는 A, C, D과 공동하여 그중 4,725,094,718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약 3년간 선박 건조 프로젝트의 총 공사예정원가를 실제보다 축소하여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고 매출원가를 과소 계상했습니다. 또한, 원리금 연체가 발생하거나 회수 가능성이 없는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하고, 부실 해외 자회사 관련 투자주식 및 대여금 등 채권에 대한 손상차손을 적시에 인식하지 않아 비용을 과소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및 자기자본을 실제보다 과대 계상하는 분식회계를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허위 재무제표는 A 주식회사의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반기보고서 등에 포함되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 및 공시되었습니다. 피고 B회계법인은 A 주식회사의 제13기(2012회계연도), 제14기(2013회계연도), 제15기(2014회계연도) 각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를 실시하면서도 이러한 대규모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하고 '적정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여 함께 공시했습니다. 원고 대한민국은 A 주식회사의 이처럼 조작된 재무정보를 믿고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액면금 100억 원 상당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을 총 86,598,082,192원에 매수했습니다. 2015년 7월 15일, 언론에서 A 주식회사가 해양플랜트 분야 등에서 약 2조 원대의 누적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숨겨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고, A 주식회사의 주가는 30% 폭락했으며 회사채 가격도 19.6% 급락했습니다. 이후 A 주식회사는 2015년 7월 29일 약 3조 751억 원의 잠정 영업손실을 공시했고, 2016년 4월 14일에는 B회계법인의 요구에 따라 2013년, 2014년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합계 2조 4,2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반영하는 정정 공시를 했습니다. 2016년 7월 14일 한국거래소는 A 주식회사의 주권매매거래를 정지했고, 2017년 4월 5일 금융위원회는 A 주식회사에 과징금 45억 4,500만 원, B회계법인에 과징금 16억 원 및 1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의 전 대표이사 C는 징역 9년, 전 재무총괄부사장 D은 징역 6년형이 확정되었고, B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도 허위 감사보고서 작성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B회계법인에도 벌금 7,500만 원이 부과되었습니다. 원고를 비롯한 사채권자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7년 4월 A 주식회사의 회사채 액면금의 50%를 신주로 전환(출자전환)하고 만기를 2020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연장하며 이자율을 연 1%로 낮추는 등 채무재조정에 합의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피고들의 제척기간 항변에 대해, 피고 A 주식회사, C, D에 대한 주위적 청구 중 6-1회차 회사채의 2014년 5월 13일 취득분(유통물) 관련 청구 부분은 자본시장법상 3년의 장기 제척기간이 경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으며, 피고 B회계법인에 대한 주위적 청구는 2013회계연도 감사보고서 제출일인 2014년 3월 31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 역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의 단기 제척기간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 시점이 아닌 피고 회사가 분식회계를 인정한 2016년 4월 14일 정정 공시 시점을 기준으로 보아 해당 기간이 경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자본시장법상의 손해액 추정 규정을 적용할 경우 원고가 회수한 금액이 매입금액을 상회하여 손해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채 등의 유통성에 비추어 분식회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정상취득가격'과 실제 매입금액의 차액을 손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산정된 총 손해액 15,750,315,727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피고 회사의 채무재조정으로 인한 손해 전보 또는 책임 면제 주장은, 채무재조정은 분식회계와 무관한 사정에 따라 발생한 이익이며 '과대 지불' 손해를 전보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함에 있어, 원고가 기관투자자로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한 점, 감정 평가의 내재적 한계 등을 고려하여 A 주식회사, C, D의 책임은 전체 손해의 70%로, 피고 B회계법인의 책임은 부실감사에 대한 조직적 공모는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 A 주식회사, C, D은 공동하여 11,025,221,008원을, 피고 B회계법인은 A 주식회사 등과 공동하여 그중 4,725,094,718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