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뇌동맥류 파열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사망하자 그 유족들이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수술 지연으로 인한 의료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환자의 중증 상태를 고려한 의료진의 수술 시기 선택은 합리적인 의료 판단 범위 내에 있었고, 수술 전후 필요한 설명을 제공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6년 8월 16일 새벽 01시 20분경, 망인 F은 강남구 H 소재 호텔에서 갑작스러운 구토, 어지럼증, 두통 증세로 119에 신고하였고, 구급대원 도착 당시 의식은 명료했으나, 01시 40분경 피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였습니다. 응급실 도착 당시 망인의 활력 징후는 혈압 190/112mmHg 등으로 높았고, 01시 51분경 뇌 CT 검사 결과 지주막하출혈 소견이 확인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기관삽관, 혈압강하제, 지혈제, 뇌압강하제 투여 등 내과적 치료를 시행하며 경과를 관찰했고, 이후 07시 44분경 2차 뇌 CT와 08시 20분경 뇌혈관조영술을 통해 2.5mm 동맥류를 확인했습니다. 의료진은 09시 40분경 망인 보호자인 원고 A으로부터 뇌동맥류결찰술 동의를 받고, 마취 전 환자 평가 및 재활의학과, 내분비내과 협의 진료를 거쳐 같은 날 12시 15분경부터 20시 20분경까지 뇌동맥류결찰술(이 사건 1차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1차 수술 다음 날인 8월 17일 06시 20분경 뇌척수액 출혈 및 두개내압 상승이 확인되어 같은 날 12시 15분경 감압성 두개골절제술, 혈종제거술, 배액도관삽입술(이 사건 2차 수술)을 추가로 시행했습니다. 망인은 이후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2018년 9월 2일 19시 04분경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중증 뇌부종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망인의 남편인 원고 A과 자녀들인 원고 B, C는 피고 병원에 도착한 시점으로부터 약 12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이 이루어진 것은 수술 지연 과실이며, 수술 및 치료 과정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피고 학교법인 D와 피고 E를 상대로 총 3억 1천3백9십5만 9천8백7십8원(원고 A에게 137,413,948원, 원고 B, C에게 각 88,275,965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뇌동맥류 수술 지연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보호자에게 수술 및 치료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먼저 의료진의 수술 지연 과실 주장에 대해,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의식이 혼미하고 고혈압 증세가 있었으며 뇌 CT상 지주막하출혈 소견이 확인된 중증 뇌동맥류 환자였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경우, 재출혈 예방, 혈압 안정화, 뇌부종 약물치료 등 내과적인 치료를 통해 활력 징후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고, 뇌동맥류의 형태가 애매하여 응급 개두술 및 결찰술을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상태 파악 및 수술에 필요한 여러 검사와 타과 협진을 거쳐 약 11시간 후 수술을 시행한 것은 진료 방법 선택에 관한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망인의 사망이 수술 지연으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중증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의 불량한 예후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 보호자에게 뇌혈관조영술 및 뇌동맥류결찰술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으며, 망인의 위독한 상태와 구명의 목적을 명시했습니다. 또한 수술 전까지 망인의 활력 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내과적 치료를 수행하며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치료 기회를 상실시키거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 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95635 판결 등 참조):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의 진료 방법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특정 진료 방법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의료 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병원에 내원 당시 이미 의식 상태가 좋지 않았고 고혈압 증세가 있으며 재출혈이 의심되는 등 매우 위중한 상태였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경우, 수술 전 활력 징후 안정화를 위한 내과적 치료, 추가적인 정밀 검사, 타과와의 협진 등을 통해 수술 준비를 하는 것이 의료진의 합리적인 판단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수술 지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판단 기준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등 참조):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 등 환자에게 침습을 가하는 의료 행위 및 그로 인해 나쁜 결과 발생 개연성이 있는 경우, 또는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 행위를 할 경우에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해당 의료 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 보호자에게 뇌혈관조영술 및 뇌동맥류결찰술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으며, 망인의 위독한 상태와 구명의 목적을 명시했습니다. 또한 수술 전까지 망인의 활력 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내과적 치료를 수행하며 보호자에게 상태를 설명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응급 상황에서 중증 환자의 수술 시기는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의식 수준, 활력 징후, 기존 병력, 중증도 등)와 뇌동맥류의 특성, 수술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은 수술 전 환자 상태 안정화를 위한 내과적 치료, 추가 검사, 타과 협진 등 여러 준비 과정을 거칠 수 있으며, 이 과정은 수술의 안전성과 예후에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는 주로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에 대해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세부적인 모든 사항까지 실시간으로 상세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진에게 현재 환자 상태, 예상되는 치료 과정, 수술 시기 결정의 근거,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기록에는 환자의 활력 징후, 검사 결과, 투약 내용, 의료진의 판단 및 보호자와의 설명 내용 등이 상세히 기록되므로, 의료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