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원고 A회사가 D(이후 B로 상호 변경 및 합병)를 상대로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항만 공사에 임대한 크레인의 미지급 차임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며 회생채권 확정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는 D이 아니라 D의 자회사인 F 현지법인이며 D이 연대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회사는 2013년경부터 D과 크레인 장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우디아라비아 H 지역의 항만터미널 공사에 100톤, 250톤, 320톤 크롤러 크레인을 임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D이 2013년 12월분부터 차임을 연체하자 원고는 D을 흡수합병한 B에게 미지급 연체 차임 및 지연손해금 926,906,585원과 이에 대한 이자 등 총 1,808,396,585원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했습니다. B의 관리인은 이를 부인했고 원고는 회생채권 확정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피고 B측은 장비임대차 계약의 당사자는 D이 아니라 D의 자회사인 F 현지법인이라고 주장하며 D에게는 임대료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크레인 장비 임대차 계약의 실제 당사자가 모회사인 D인지 자회사인 F 현지법인인지 여부와 D이 F 현지법인의 채무에 대해 연대채무를 부담하기로 한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장비임대차 계약서 및 주문서에 일관되게 F 현지법인이 임차인으로 명시되어 있고 서류 작성 시 F 현지법인의 임직원임을 분명히 한 점, 원고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회사임을 알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계약의 당사자는 F 현지법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D이 F 현지법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사실만으로는 D이 연대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참여한 당사자의 의사 해석 문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기보다는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와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합니다(대법원 2013. 9. 27. 선고 2013다1983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이 사건 계약서 등에 F 현지법인이 임차인으로 일관되게 기재되어 있고 서류 작성자들이 F 현지법인의 임직원임을 명시한 점 등을 근거로 F 현지법인이 계약 당사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연대채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거나 당사자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모회사인 D이 자회사 F 현지법인의 임대차 계약상 차임 채무를 대신 변제한 사실은 인정되었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D이 연대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행위만으로는 연대채무 관계가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서상 명시된 당사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에서는 실제 계약 주체가 누구인지 혼동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계약 당사자가 현지법인인 경우 모회사의 임직원이 현지법인의 임직원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했음을 명시했는지 여부도 중요합니다. 대신 채무를 변제해주는 행위만으로는 연대책임을 지겠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연대보증이나 연대채무 관계를 설정하려면 별도의 명확한 서면 계약이 필요합니다. 해외 법인과의 계약 시에는 해당 국가의 법률 및 법인의 설립 형태, 대표 권한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회생절차 개시 후에는 채권 신고 및 확정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부터 계약 관계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