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C한의원을 운영하는 원고 A가 B한의원을 운영하는 피고 B에게, 사전에 주문받아 조제해 둔 한약 1억 1천5백만 원 상당을 피고가 찾아가지 않고 대금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물품대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 주장과 같은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가 평소 필요한 양보다 많은 한약을 미리 주문하고, 원고가 이를 조제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수령해가고 나중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맥문동탕 2550개, 형개연교탕 828개, 소청룡탕 825개, 삼소음 578개, 마황발표탕 1685개 등 총 1억 1581만 4천원 상당의 한약을 주문하여 자신이 조제해두었으나, 피고가 이를 수령하지 않고 대금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방식의 사전 조제 주문은 한 적이 없으며 필요에 따라 주문했고, 주장하는 미지급 대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주장하는 방식의 한약 사전 조제 주문 및 물품공급계약이 실제로 체결되었는지 여부와, 이에 따른 미지급 대금 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주장과 같은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가 제시한 카카오톡 대화 캡처는 주문 내용이 아닌 재고 문의에 불과했으며, 8년간의 거래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입증할 만한 다른 서류가 없었습니다. 원고의 장부 기록 또한 주장하는 미지급 금액 115,814,000원과 달리 미지급 대금이 15,880,000원에 불과하여 큰 차이를 보였고, 대부분의 기록에 송장 번호가 기재되어 이미 배송이 완료되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오래된 미지급금에 대한 독촉 자료가 없다는 점과 직원 작성 사실확인서의 불충분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물품공급계약의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민법 제563조(매매의 의의)는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품공급계약에도 준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법리입니다. 원고는 피고와 한약 공급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었고 대금 지급 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계약 체결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그 주장을 하는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와의 물품공급계약 체결 사실과 이에 따른 대금 채무의 발생을 주장했으므로, 이러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계약 체결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계약 관계를 주장하는 측이 해당 계약의 성립과 내용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법률적 원칙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계약 내용을 명확히 문서화하거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구두 계약은 계약 사실과 내용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큰 금액의 거래에서는 반드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구체적인 주문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야 합니다. 거래 내역, 주문서, 대금 지급 요청, 배송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철저히 관리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을 때는 지체 없이 대금 독촉이나 내용 증명 발송 등 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조치를 취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한 재고 문의 메시지나 일방적인 장부 기재만으로는 실제 물품 공급 계약 체결 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주장하는 내용과 증거 자료가 상충하거나 일관성이 없는 경우 법원에서 주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일관된 증거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