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73세 환자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던 중 의식을 잃고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자녀들은 병원 의료진이 진통제를 과다 투여하고 환자 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으며 응급 상황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진통제 투여 용량이 적정했고, 경과 관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응급조치 또한 원칙에 부합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G(73세)은 2023년 7월 19일 L병원에 내원하여 양쪽 슬관절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2023년 9월 4일 우측 슬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망인은 수술 부위 통증을 호소하여 2023년 9월 4일 오후 1시경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가 포함된 정맥 자가통증조절장치(IV PCA)를 연결하고 노스판 패치를 부착받았습니다. 의료진은 부작용을 설명하고 이상 증상 시 알리도록 안내했습니다. 이후 의료진은 주기적으로 망인의 활력징후를 확인했고, 2023년 9월 5일 오전 IV PCA 진통제가 소진되어 제거되었으나 노스판 패치는 유지되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 수혈 및 혈전색전증 예방 약제 투여 등의 처치가 이루어졌습니다. 2023년 9월 6일 오후 12시 35분경, 망인은 간병인에 의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고, 심폐소생술이 진행되었으나 상태가 악화되어 M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M병원에서 광범위한 뇌부종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진단을 받았고, 의식 및 자가 호흡이 회복되지 않아 약 한 달 뒤인 2023년 10월 25일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은 병원 의료진이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 투여하고,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으며, 심정지 발생 시 적절한 응급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피고 병원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 과다 투여로 인한 호흡 억제 및 심정지 발생 여부, 수술 후 환자 경과관찰의무 위반 여부, 심정지 발생 시 응급조치의무 위반 여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한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의학적 소견을 종합한 결과,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과다한 양의 진통제를 투여했거나, 경과관찰의무를 위반하여 호흡부전 및 심정지를 적시에 발견하지 못했거나, 심정지 상태 발견 후 필요한 응급조치를 적시에 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주장한 의료과실이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원고는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음과 그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 있는 행위와 그 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인과관계가 추정되어 증명책임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의료인의 과실은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경우 인정되며, 판단 시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사고 당시의 의학 수준, 의료 환경 등이 고려됩니다(대법원 1999. 11. 23. 선고 98다21403 판결 등). 의사는 환자 상황과 의료수준,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조치가 과실로 단정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6다31436 판결 등). 본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에게 투여된 펜타닐 용량(시간당 약 59mcg)이 통상적인 용법에 비추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고, 노스판 패치와의 병용이 부적절하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활력징후를 확인했고, 모니터링 기기 부착 의무는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경과관찰의무 위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응급처치에 있어서도 심정지 발생 후 심폐소생술 원칙에 따라 신속히 조치했고, 에피네프린 투여 지연 가능성도 정맥로 확보의 어려움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과도한 지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심정지 후 3~5분만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도 뇌손상 가능성이 높은 점을 들어 의료진의 조기 투여로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의료과오를 주장하는 소송에서는 의료행위 전후 환자의 상태 기록, 투약 기록, 간호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마약성 진통제 투여 시 의료진은 부작용을 설명하고 환자의 활력징후를 면밀히 관찰할 의무가 있으며, 환자 및 보호자는 이상 증상 발생 시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의 응급처치 과정과 기록이 적절했는지, 처치 시작 시간, 적용된 프로토콜, 사용된 장비 및 약품, 의료진의 숙련도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됩니다. 법원은 의료인의 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 당시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 환경,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의료행위 이전에 환자가 가지고 있던 건강상의 결함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환자 측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