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사용될 유심칩을 S에게 등기우편으로 여러 차례 전달하고 사문서를 위조 및 행사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과 공소 중복 기소 여부에 대한 직권 판단을 거쳐 일부 공소사실이 기각되고 최종적으로 징역 1년 10개월에 처해졌으며 압수된 물품이 몰수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1년 6월부터 7월까지 제주 지역 우체국을 통해 타인 명의 유심칩을 S에게 총 5회에 걸쳐 등기우편으로 전달했습니다. S은 이 유심칩들을 서울에 얻은 원룸에 설치된 48개의 휴대전화에 삽입하고 '다른 기기에서도 전화/문자하기' 기능을 활성화하여 국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국내 전화번호로 발신할 수 있도록 통신 매개 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A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도 함께 받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 A는 대포 유심칩이 불법 도박사이트 아이디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고, 보이스피싱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과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과 수사 과정에서의 허위 진술 등을 근거로 보이스피싱 공모 혐의를 주장했습니다.
피고인 A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직접적으로 가담했는지 여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공소사실 중 중복 기소로 인한 공소 기각 여부,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 부당 주장의 타당성.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배상명령 부분 제외)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하며 압수된 증거물 1호부터 52호, 54호를 몰수한다. 2022고단50 사건 공소사실 중 성명불상자, S과 공모한 각 전기통신사업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한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적용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중 일부가 이미 기소된 사건과 동일한 공소사실에 해당하여 중복 기소로 판단, 공소를 기각했다. 또한 검사가 주장한 피고인의 보이스피싱 사기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1년 10개월의 형이 확정되었다.
피고인 A가 타인 명의의 유심칩을 S에게 전달한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97조 제7호, 제30조 본문에 규정된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한, 유심칩을 이용해 다수의 휴대전화로 보이스피싱 통신을 연결하게 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95조 제3호, 제6조 제1항에 따라 등록 없이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한 행위로 보아 처벌됩니다. 사문서를 위조한 행위는 형법 제231조(사문서위조), 위조된 문서를 사용한 행위는 형법 제234조(위조사문서행사)에 해당합니다. 피고인과 공범 S 및 성명불상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형법 제30조에 따라 공범으로서 동일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범죄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면 형법 제40조, 제50조에 따라 상상적 경합범으로, 서로 관련 없는 여러 범죄가 있다면 형법 제37조 전단에 따라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하나의 형이 정해집니다. 이미 공소가 제기된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호에 따라 공소기각 사유가 되므로, 이번 사건에서는 중복 기소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일부가 기각되었습니다.
유심칩을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본인의 의도와 달리 보이스피싱과 같은 중대한 범죄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 유심칩을 확보하여 '다른 기기에서도 전화 및 문자하기' 기능 등을 활용해 국내에서 발신된 것처럼 속여 범행을 저지르므로 이러한 수법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조사에 임할 때는 사실만을 진술하고 거짓 진술은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설령 직접적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범행에 필요한 수단(예: 유심칩)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공범으로 인정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상상적 경합)나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경합범)에는 각각의 죄에 대한 형이 아닌 전체 범죄에 대한 하나의 형으로 가중되어 처벌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