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사기 피해자의 체크카드 전달 무죄 판결

피고인 A는 급하게 돈이 필요하여 대출을 받으려던 중, 성명불상자로부터 '대출을 위해 계좌 연결 체크카드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이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출 사기에 해당했고, 성명불상자는 이 카드를 다른 사기 피해자로부터 입금된 돈을 인출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대가성 접근매체 대여)으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위한 수단으로 체크카드를 넘긴 것이지 대가를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급전이 필요하여 대출을 받으려다가 성명불상자의 기망에 속아 본인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넘겨준 사람
• 성명불상자: 피고인에게 대출을 미끼로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요구하여 전자금융거래에 이용한 사기범
• E: F은행 대리를 사칭하는 누군가에게 속아 피고인의 계좌에 627만 원을 입금한 사기 피해자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2019년 10월 21일경 서울 강서구의 한 장소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계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체크카드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는 성명불상자의 말을 믿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자신의 C은행 계좌(D)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고, 전화로 비밀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E라는 사람이 F은행 G 대리를 사칭하는 누군가에게 속아 피고인의 위 계좌에 627만 원을 입금하였고, 성명불상자는 이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해당 금액을 인출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이익을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보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은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자 2019년 10월 24일경 체크카드를 분실 신고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넘겨준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대가'를 수수하거나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대가'의 범위와 '대여'의 의미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인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여 대출을 받으려다 사기범에게 속아 체크카드를 넘겨준 것이며, 이 행위가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체크카드를 대가로 임의적인 전자금융거래를 허용할 목적으로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이익을 전자금융거래법상 금지하는 '대가'로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접근매체 대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이 조항은 누구든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가'는 접근매체 대여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며,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위한 수단으로 체크카드를 넘긴 것을 대출 자체의 '대가'로 보지 않았습니다. 대출 기회를 얻는다는 단순한 기대이익만으로는 법에서 금지하는 '대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2.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이 법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검사가 주장하는 피고인의 범죄사실(대가성 접근매체 대여)이 법원에서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이 조항에 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3.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 무죄 판결의 경우 법원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에 재판부는 이 규정을 적용하여 판결 요지를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대출을 빌미로 체크카드, 통장, 비밀번호, OTP 등 금융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또는 금융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자신의 금융 접근매체를 넘겨주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주어서는 안 됩니다.
2. 본인이 사기 피해를 당해 접근매체를 넘겨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본 사례처럼 '대가' 없이 순전히 사기에 속아 넘겨준 것이 입증되면 무죄를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3. 계좌에 잔액이 없더라도 접근매체를 넘겨주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 계좌는 범죄에 쉽게 이용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4. 만약 본의 아니게 접근매체를 넘겨주었다면, 즉시 해당 금융기관에 분실 신고를 하고 계좌를 정지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5. 대출 조건이 너무 좋거나, 비대면으로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등의 의심스러운 상황은 즉시 해당 금융기관 또는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