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도주
버스가 정류장에서 출발한 후 승객이 다음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교통카드 단말기에 태그하려다 휠하우스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객은 버스기사의 급가속 운전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며 버스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버스기사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는 모든 승객이 하차하고 뒷문이 닫힌 후 통상적으로 버스를 출발시킨 것이며, 운행 중 자리에서 일어나는 승객의 움직임까지 일일이 확인하거나 주의를 줄 의무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승객 B는 2020년 1월 11일 A 주식회사 소속 마을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여 승객들이 모두 내린 후 뒷문이 닫히자, B는 다음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교통카드 단말기에 태그하려다 버스 휠하우스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B는 이 사고가 버스기사가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정류장에서 본선 도로로 합류하기 위해 갑자기 속도를 높여 움직인 충격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버스회사 A에 17,509,361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버스회사 A는 B가 스스로 최소한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고, 버스기사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주의의무가 없었다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가 정류장에서 출발 후 움직이는 승객의 안전을 일일이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버스기사의 운전 방식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버스 운전기사가 정류장에서 승객들의 하차를 마친 후 버스 뒷문이 닫히면 통상적으로 차량을 출발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며, 운행 중에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다 넘어진 승객에 대해 운전기사가 일일이 확인하거나 주의를 줄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주장한 버스의 급가속이나 급회전 증거도 없다고 보아 버스회사에는 이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대법원 1992. 4. 28. 선고 92도56 판결에서 제시된 법리가 인용되었습니다. 해당 판결은 안내원이 없는 시내버스 운전사가 정류장에서 승객을 모두 하차시킨 후 통상적으로 버스를 출발시키던 중, 뒤늦게 버스 뒷좌석에서 일어나 앞쪽으로 걸어 나오던 승객이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경우, 운전사에게 모든 승객의 움직임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넘어질 우려가 있는 승객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운전자의 주의의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중요한 법리입니다.
즉, 운전자는 운행 중 승객의 안전을 지킬 일반적인 주의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는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요구되며 무한정 확장될 수 없습니다. 승객 또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기본적인 주의를 기울일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승객이 양손에 물건을 들고 안전바를 잡지 않은 채 이동하다 넘어졌고, 버스 운전기사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버스를 출발시킨 점 등을 고려하여 운전기사에게 추가적인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는 운행 중 언제든 흔들리거나 정거할 수 있으므로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할 때는 반드시 손잡이나 안전바를 잡고 균형을 유지하며 움직여야 합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운전기사에게 모든 승객의 갑작스러운 움직임까지 예상하고 대처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버스 운전기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려면, 버스의 급출발, 급정거, 급회전 등 구체적인 운전 미숙이나 과실을 증명할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의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