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도주
술에 취한 승객이 버스 앞문으로 하차하여 보도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다 버스가 출발한 직후 도로 쪽으로 넘어져 버스 뒷바퀴에 역과되어 사망한 사건입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버스 기사가 승객의 불안정한 상태를 인지하고도 안전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를 유발했다고 주장하며 버스 공제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버스 기사가 승객이 하차 후 보도에 올라서 균형을 잡는 모습을 20초가량 지켜본 후 출발했으며, 그 이후의 예기치 않은 사고까지 대비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8년 5월 3일 오후 5시 54분경, 만취 상태였던 승객 E가 전주시 덕진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우측 맨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다른 승객들이 모두 뒷문으로 내린 후 혼자서 열려있던 앞문으로 약 11초간 천천히 내렸습니다. E는 보도에 올라서서 약 8~9초 동안 비틀거리다가 가로등 기둥과 버스정류장 옆면을 기대어 중심을 잡고 허리를 폈습니다. 버스 기사는 이 모습을 약 20초간 지켜본 후 오후 5시 55분에 버스 앞문을 닫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버스가 출발한 지 1초도 되지 않아 E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도로 방향) 자빠지면서 버스의 오른쪽 뒷바퀴에 머리가 역과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버스 운전사가 술에 취한 승객이 하차 후 보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을 지켜본 뒤 버스를 출발시켰을 때, 이후 승객이 다시 균형을 잃고 넘어져 사망한 사고에 대해 운전사의 승객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버스 운전사가 승객의 하차 시 안전을 확인해야 할 의무의 범위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운전사가 승객이 하차 후 충분히 안전한 장소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확인했다면, 그 이후 승객의 개인적인 부주의로 인한 예기치 않은 사고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0조(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운전자는 승객의 승하차 시 안전을 확인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버스 운전사가 승객 E가 앞문으로 하차한 것에 대해 법률 위반이 없다고 보았으며, 뒷문으로 내리는 것보다 앞문이 더 위험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이는 승하차 방법 자체의 법적 규정보다는 당시 상황에서의 운전자의 안전 확인 및 조치에 중점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버스 운전사의 업무상 과실이 E의 사망으로 이어진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운전사가 망인이 하차 후 보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을 지켜본 후 출발했으므로, 그 이후 망인이 다시 중심을 잃고 도로로 넘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까지 운전사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운전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불법행위 성립 요건 중 '과실'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자동차손해배상책임):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피고인 D연합회는 이 사건 버스에 대한 공제사업자로서 운행자의 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운행자의 과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최종적으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버스 운전자는 승객이 버스에서 안전하게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승객이 하차하여 보도 위에 올라서서 충분히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면, 그 이후의 돌발 상황까지 예견하고 대비해야 할 의무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만약 승객이 명백히 비틀거리거나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등 하차 후에도 현저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면, 운전사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거나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승객 본인 또한 술에 취하는 등 신체 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대중교통 이용 시 각별히 주의하고, 하차 후에도 충분히 안전을 확보한 후 이동해야 합니다. 특히 도로변이나 위험 요소가 있는 곳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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