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인 대리점 K는 피고인 제조사 D가 부당하게 거래를 해지하고 독점판매 권한을 침해했으며 경영에 간섭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피고 D는 원고 K가 제3자가 생산한 제품에 자사의 제품 라벨을 무단으로 부착하여 공급하는 등 신뢰 관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계약 위반 행위를 저질렀기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K의 라벨 무단 부착 행위가 계약상 신뢰 관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D의 계약 해지는 적법하다고 보았고, 원고 K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K는 피고 D와 2014년 1월 2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피고 D의 제품을 공급받아 제3자에게 판매해왔습니다. 그런데 원고 K는 2021년경 제3자(I)가 생산한 제품에 피고 D의 특정 제품 코드 A가 기재된 라벨을 부착하여 자신의 거래처인 J 측에 납품했습니다. 피고 D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원고 K의 행위가 신뢰 관계 파괴 및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2021년 5월 13일 내용증명을 통해 2021년 5월 31일자로 계약 해지를 예고하고, 2021년 6월 1일 다시 한번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 K는 피고 D의 계약 해지가 부당한 거래 거절 또는 채무불이행이며, 독점판매 권한 침해라고 주장하며 미공급 기간 영업이익과 독점판매권 침해로 인한 영업이익 등 총 216,708,585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K는 피고 D가 제품 공급을 원활히 하지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판매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라벨을 변경했으며 이로 인한 이득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 D가 원고 K와의 대리점 계약을 해지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와, 원고 K가 제3자 제품에 피고 D의 라벨을 무단 부착한 행위가 계약 해지의 중대한 사유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피고 D의 계약 해지가 부당한 거래 거절 또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원고 K의 독점판매 권한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 K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 및 확장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 K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대리점 K가 제조사 D 제품의 라벨을 제3자 제품에 무단 부착한 행위는 계속적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 관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계약 위반에 해당하며, 이에 따른 제조사 D의 계약 해지는 적법하다고 보아 대리점 K의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은 대리점 계약과 같은 계속적 계약의 해지 사유와 계약 해석의 원칙, 그리고 불법행위 및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계속적 계약의 해지 및 신뢰관계 파괴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59629 판결 등 참조) 계속적 계약은 당사자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므로,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행위로 인해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K가 제3자가 생산한 제품에 피고 D의 제품 라벨을 무단으로 부착한 행위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 D의 특정 제품 코드 A는 유독물질인 톨루엔을 검출 한계 범위까지 제거한 제품으로 안전성 측면에서 다른 제품과 명확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었기에, 톨루엔 제거 공정을 거치지 않은 타사 제품에 피고 D의 라벨을 부착한 것은 단순히 제품 공급원을 바꾼 것을 넘어 소비자의 오인과 피고 D가 불필요한 법적 책임을 질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되었습니다.
2. 계약 해석의 원칙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8다260299 판결 등 참조) 계약 내용을 해석할 때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이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해야 합니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도 계약서의 문언을 출발점으로 삼되, 계약의 형식과 내용, 체결 동기와 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계약서에 '피고 D가 생산하지 않은 제품에 피고 D 제품의 라벨을 부착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조항은 없었지만, 대리점 계약의 본질과 거래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원고 K가 피고 D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이 아닌 제3자의 제품을 피고 D 제품인 것처럼 외관을 갖춰 공급하지 않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했습니다.
3.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법규를 위반하거나 위법한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 K는 피고 D의 계약 해지를 부당한 거래 거절(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 K의 라벨 무단 변경 행위가 계약 위반이므로 피고 D의 해지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 K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4. 민사소송법 제420조 항소심은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고, 일부 내용을 고치거나 추가하는 외에는 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여 판결했습니다.
대리점 계약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제조사의 상표나 제품 라벨을 임의로 타사 제품에 부착하는 행위는 제조사의 브랜드 가치, 제품 신뢰도, 그리고 법적 책임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 제품 공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계약 이행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길 경우,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반드시 제조사와 충분히 협의하고, 필요한 경우 서면 동의를 받는 등 공식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제품의 핵심 성분이나 안전성에 중요한 차이가 있는 경우(예: 유독 물질 제거 여부) 라벨을 무단으로 변경하는 행위는 단순한 라벨 부착 문제를 넘어 소비자의 건강 및 안전에 직결될 수 있어 더욱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통보 시 형식적인 절차(예: 사전 최고)가 중요하지만, 당사자 간의 신뢰 관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중대하게 파괴된 경우에는 절차적 흠결이 있더라도 계약 해지가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