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H병원 인근에서 J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와 H병원 외래환자 B, C가 새로 개설된 F약국(약사 D, 이후 K에게 양도)의 개설등록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은 약사 A의 소를 각하했지만, 항소심은 약사 A에게는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있다고 보아 제1심 판결 중 A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반면 외래환자 B, C에게는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남양주시 H병원 인근에서 J약국을 운영하던 약사 A는 2021년 1월 18일 약사 D가 같은 H병원 인근에 F약국을 새로 개설 등록하자, 이 처분으로 자신의 약국 매출이 감소하는 등 경제적 손실과 함께 약사법상 의약분업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여 등록처분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H병원에서 진료받는 외래환자 B, C도 의약분업의 취지에 반한다며 이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새로운 약국 개설등록처분에 대해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기존 약사 및 해당 병원 외래환자에게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H병원 인근에서 J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에게는 새로 개설된 F약국의 개설등록처분을 취소할 법률상 이익, 즉 원고적격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약사법상 의약분업 제도 및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 방지 규정들이 순수한 공익 보호 외에 기존 약사의 독립적인 조제 권리를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으로 보호하는 취지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A의 소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반면 H병원 외래환자인 B, C에 대해서는, 다른 약국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이들의 구체적, 개별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기존 약국 개설자는 인근에 새로 개설된 약국 등록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으나, 단순히 해당 의료기관의 외래환자라는 이유만으로는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행정소송법상 '원고적격'과 약사법상 '의약분업' 및 '약국 개설 제한' 규정의 해석이 핵심입니다.
행정소송법 제12조 (원고적격): 이 법은 행정처분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률상 이익'은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이고 직접적이며 구체적인 이익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나 일반적인 공익 보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만,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법규의 합리적 해석을 통해 개별적 이익 보호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원고적격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 (약국 개설 제한): 이 조항은 약국이 의료시설 안에 있거나, 의료시설 일부를 분할한 곳, 또는 의료시설과 전용 통로로 연결된 경우에는 약국개설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과 약국 간의 담합을 방지하고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 규정의 입법 목적이 순수한 공익 보호를 넘어 부당경쟁 방지 및 약사들이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개별적, 구체적,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기존 약사의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약사법 제23조 (처방전에 의한 조제) 및 제24조 제2항, 시행령 제24조 (담합 행위 금지): 이 규정들은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처방과 조제 및 투약 과정을 분리하는 '의약분업' 제도를 확립하고, 의료기관과 약국 간의 부당한 담합 행위를 금지하여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환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이러한 규정들이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를 실현하고 기존 약사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약국 개설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인근 기존 약사는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약사법상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 방지 규정은 기존 약사의 독립적인 조제 권리를 보호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의료기관의 환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신규 약국 개설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른 약국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이익 침해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