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피해자 B의 명예훼손 사건 상담을 돕던 중 2018년 9월 22일 새벽 피해자를 강간하고 유사강간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사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피고인의 사과성 발언을 근거로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와 피고인 간의 통화 내용, 메시지 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특정 범행 일시인 '2018년 9월 22일 새벽'에 피고인의 성범죄가 발생했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8년 8월경 길에서 피해자 B가 휴대전화로 자신의 명예훼손 사건 관련 통화를 하는 것을 듣고 '자신은 변호사였고 지금은 국정원 직원이며 명예훼손죄에 대해 잘 아니 도와주겠다'고 말을 걸어 피해자와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예훼손 사건 상담을 해주었고 진술서 작성을 돕겠다며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8년 9월 22일 새벽 자신의 집에서 진술서를 작성하던 중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강간하고, 이어서 성행위를 다시 시도하던 중 피해자의 항문에 성기를 삽입하여 유사강간하였다고 주장되었습니다. 검사는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한 일시를 '2018년 9월 22일'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2018년 9월 25일 피고인과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여러 번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피고인이 이를 무시하고 성관계를 한 것을 따지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취지로 거듭 미안하다고 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2018년 9월 19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후피임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당시 피해자가 친구와 통화했다는 진술의 신빙성 부족, 그리고 2018년 9월 25일 피고인과의 통화 내용이 비록 피고인의 비동의 성관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그 통화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쟁점 성관계의 일시가 '2018년 9월 22일'임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공소사실 특정 일시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명시된 '2018년 9월 22일 새벽'에 피해자를 강간 및 유사강간했음을 검사가 엄격한 증거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성관계에 대한 여러 진술 및 문자메시지, 통화 내용에서 발생한 시점의 불확실성을 주된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2018년 9월 22일 새벽에 이 사건 강간 및 유사강간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원심의 무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따른 것입니다.
본 판례는 형사재판의 핵심 원칙인 '형사 증명책임'과 '자유심증주의'에 기반한 판단을 보여줍니다.
형사사건에서 범죄의 증명은 검사에게 있으며,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한 증거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발생 시기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매우 중요하므로 해당 시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할 경우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중요하지만, 그 진술이 다른 객관적인 증거와 모순되거나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신빙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 발생 시에는 발생 시점, 장소, 상황, 가해자의 구체적인 행위 등을 가능한 한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과 관련된 문자메시지, 통화 녹음 등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나, 그 내용이 모호하거나 여러 시점의 사건이 혼재되어 있을 경우 특정 범행과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발생했던 유사한 사건이나 피해 사실이 있을 경우, 이 또한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모든 관련 사실을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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