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흉복부 대동맥 치환술을 받은 후 하지 마비, 성대 마비, 횡격막 마비 등의 중증 후유증을 겪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중 및 수술 후 처치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요추배액관 삽입 실패 시 수술을 취소한다는 설명과 달리 수술을 강행하는 등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수술 및 수술 후 처치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요추배액술 실패 시 수술을 취소할 것이라고 설명했음에도 이를 위반하고 수술을 진행한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2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2007년 대동맥 박리로 상행 대동맥 치환술을 받은 이력이 있으며, 2016년 CT 검사상 하행 대동맥 직경이 최대 64mm까지 커져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6년 11월 2일 피고 병원에서 흉복부 대동맥 전체를 인조 혈관으로 치환하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 원고는 의식불명, 하지 마비, 급성 신부전, 성대 마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겪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하지 마비는 영구적인 장애로 남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의료진의 수술 중 신경학적 감시 소홀, 척수 관류 부전, 수술 후 하지 마비 증상에 대한 미흡한 처치, 그리고 반회후두신경 및 횡격막신경 손상 등 의료상 과실과 함께, 요추배액관 삽입 실패 시 수술을 취소한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강행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피고 병원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 및 수술 후 처치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으나, 요추배액관 삽입 실패 시 수술을 취소할 것이라고 설명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수술을 진행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입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2천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추배액관 삽입 실패 시 수술을 취소하겠다는 사전 설명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강행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는 의료행위 자체의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상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의사의 의료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의료상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0755 판결 등 참조). 또한 의사는 진료방법 선택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 선택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과실로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의 전문성 때문에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울 경우, 간접사실 증명으로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지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의사에게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13843 판결 등 참조).
설명의무: 의사는 수술과 같이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중대한 결과가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응급상황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충분히 비교하고 의료행위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그 중요성이 매우 높으며, 의사에게는 설명의무 이행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대법원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중대한 결과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여야 합니다. 다만,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만 청구하는 경우에는 설명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만 입증하면 됩니다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등 참조). 또한 환자의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 면책은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등 참조).